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립대 ‘공짜 등록금’ 발언이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방송에서 “내년부터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등 젊은 층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 발언이라는 게 서울시 안팎의 분석이다.
정작 당사자인 시립대 학생들이 “등록금 수입이 없어지면 교육시설 투자가 줄어들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하자 박 시장은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립대 등록금 전액 면제는 다음달 시의회 예산안 제출을 앞둔 상황에서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많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시장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박 시장은 최근 논란이 된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입원했다가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서는 “살수차에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시장이 조급해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각종 현안에 의도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해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박 시장의 ‘깜짝 발언’ 탓에 서울시의 각종 현안이 묻히고 있다는 데 있다. 박 시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1000만명 서울시민을 위한 정책 개발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말도 나온다.
박 시장은 얼마 전까지도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하는 말을 보면 이런 얘기가 믿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 1년이 넘게 남았고 서울시는 산적한 현안에 둘러싸여 있다. 박 시장에게 정치인보다 ‘서울시장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