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왼쪽부터)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울산 태화종합시장 에서 튀김 등 먹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왼쪽부터)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울산 태화종합시장 에서 튀김 등 먹거리를 구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태풍 ‘차바’로 대형 침수 피해를 입은 울산 중구 태화종합시장이 영업을 중단한 지 16일 만인 20일 다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울산 중구는 태화종합시장에서 내부 인테리어나 기계 교체 등이 시급하지 않은 생선·채소가게 등 상가 200여곳과 실명제를 통해 등록된 노점상 353곳이 우선 영업을 재개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날 오후 1시 태화종합시장 골목 노점에는 상인 수십 명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생선, 채소, 신발 등을 팔고 있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고무장갑을 낀 상인들이 생선을 손질하고 찜통에 밤, 땅콩을 삶는 모습은 수해 전 모습 그대로였다.

38년째 이곳에서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순덕 씨(62)는 “손님을 맞기 위해 하루 전부터 동료 상인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했다”며 “태풍 피해 이후 처음 여는 5일장인데 많은 사람이 찾아줘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내 상가 점포 곳곳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판매할 물건과 기계 설비를 들여놓지 못해 비어 있는 가게도 많았다. 태화종합시장은 이번 태풍으로 300여개 상가가 침수돼 피해액만 280여억원에 이른다.

박문점 상인회장은 “피해 복구가 완벽하지 않아 전체 상가의 3분의 2 정도만 영업을 시작했다”며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시민들이 적극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중구는 태화종합시장이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도록 범(汎)시민 전통시장 살리기 운동에 들어갔다. 박성민 중구청장을 비롯한 중구 공무원 400여명은 이날 점심식사를 태화종합시장과 인근 우정시장에서 했다.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현대차 노사도 이날 태화종합시장을 찾아 온누리 상품권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등 전통시장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노사는 앞서 올해 임금협상에서 직원 1인당 온누리상품권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윤 사장은 “현대차가 직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구입한 온누리상품권 총 335억원어치 중 울산공장에만 159억원어치가 지급됐다”며 “수해를 입은 전통시장에 큰 활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지역 기업과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 고려아연 2억원, 한국동서발전 2억원, 한국석유공사 1억1975만원 등 이날까지 7억여원의 성금이 모아졌다.

울산시는 태화종합시장과 우정시장에 475억원을 들여 배수펌프와 유수지를 각각 두 개 설치하고 길이 827m의 우수관로도 만들어 태풍이나 홍수로 인한 침수 피해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기로 했다. 무등록 소상공인 점포에는 한 곳당 1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은 “태풍 피해로 실의에 빠진 상인들을 위해 시장을 찾아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수재의연금과 기금 등 피해 상인들을 도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하루빨리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