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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칼럼] 잠룡들이 알아야 할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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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영·풍요의 기반은 자유시장경제
    자유를 제한하면 기업가와 국민이 능력과 잠재력 발휘하지 못해
    성장을 외치는 잠룡들이라면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 확고해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
    [다산 칼럼] 잠룡들이 알아야 할 사실들
    내년 대선을 두고 잠룡(潛龍)들이 하나같이 성장을 외치고 있다. 하기야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2.8%로 낮춰 전망할 정도로 저성장에 빠져 있으니 경제를 살아나게 하는 것이 중요한 아젠다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참 묘하다. 국민 성장, 공정 성장, 공생 성장, 더불어 성장 등 저마다 성장 앞에 각종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런 성장론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이들이 어떻게 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있기는 한지,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럽다.

    정말로 경제 성장에 관심이 있고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싶다면 역사를 봐라.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역사를 보면 자유주의 이념이 실현된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번영과 풍요를 누렸던 반면 반(反)자유주의, 반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들은 멸망하거나 쇠퇴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쇠퇴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한국이 자유시장 경제에서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반시장적 조치들이 취해졌었나. 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 강화, 과도한 세금 인상, 노동시장 경직성 강화, ‘중도실용’ ‘친서민 정책’ ‘공정사회’란 이름으로 좌파 이념에 기초한 포퓰리즘 정책 남발, 보편적 복지제도, 초과이익공유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 경제민주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정부가 국민들의 활동을 제한하고 규제하면 개개인의 자유가 줄어 기업가와 국민들의 능력과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 개입이 많아지면 기업은 소비자의 욕구보다는 정치적 결정 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리하여 고임금과 고비용 구조가 초래되고 혁신 능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따라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게 돼 국가 경제는 쇠퇴하게 된다.

    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은 정치다. 그래서 국정을 총괄하는 리더가 어떤 사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이 결정된다. 그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사실 한국이 빈곤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나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육박하는 중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도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자유시장 경제 이념 덕분이었다. 사유재산권을 확립하고 경제를 개방하면서 한국 경제를 경쟁에 노출시킨 결과였다.

    2차 세계대전 후 케인스 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방만한 재정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복지정책과 노동자 과보호 정책으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한 미국과 영국을 회복시킨 것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총리였다. 그들은 정부 규제를 과감히 철폐했고, 복지정책을 과감히 축소했다. 그러자 미국과 영국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의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1940년대 페론 대통령의 반시장적인 경제정책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국가지도자들의 인기영합적 복지정책 확대로 지금은 국가경쟁력이 최하위인 국가로 전락했다. 찬란한 문명과 문화를 남긴 위대한 역사를 지닌 그리스 역시 1981년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 이후 복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국가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국가로 전락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돼 정말로 경제를 성장케 하고 싶으면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포퓰리즘의 정치적 유혹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은행의 낮은 성장률 전망이 아니다. 내년 대선에 나서겠다는 잠룡 중에 경제 성장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나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까 봐 정말 걱정스럽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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