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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 리포트] 유통기한 지난 음식 경비원에…대리기사비는 땅바닥에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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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52주년…불편한 진실
    아파트·택시·도로 위…일상이 된 갑질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조용히 통화" 경비원 담뱃불로 지지고 '고개 90도 인사' 강요한 주민도
    청소부 앞에선 "공부 안하면 저렇게"

    도로 위 '만인에 대한 갑질'
    경차가 추월한다고 쫓아가 폭행…익명성 있는 도로서 을 스트레스 풀어
    공격·우월성 그대로 드러내 위험천만
    [갑질 리포트] 유통기한 지난 음식 경비원에…대리기사비는 땅바닥에 뿌려
    “OOO호 사모님께. 사모님 김을 (선물로) 주시려면 날짜를 보고 주세요. 2016년 2월, 2016년 4월까지 5개월, 3개월 날짜 지난 것을 주시면…. 경비원을 어떻게 보세요. 사모님 많이 잡수세요. 경비원 하고 있으니 사람으로 보지 않으시는군요. 다시 보겠습니다.”

    지난 1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김과 이 글을 적은 쪽지를 함께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이에 앞서 같은 온라인커뮤니티엔 다른 경비원이 유통기한이 지난 베트남산(産) 커피를 주민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진과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경비원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먹으면 우리도 배 아파요”라고 호소했다.

    “내가 월급 주는데, 무슨 인격이…”

    지난달엔 한 아파트 주민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치약을 아파트 경비원에게 선물했다는 얘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와 국민의 분노를 샀다. 2년 전인 2014년 10월엔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를 5층 복도에서 경비원에게 먹으라고 상습적으로 던진 주민 때문에 경비원이 분신을 시도한 뒤 다음달에 숨진 사건도 있었다. 최근엔 공동 공간인 주차장에서 조용히 통화해 달라는 경비원을 담뱃불로 지진 사건까지 발생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만 경비원에게 준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경비원들에게 출근하는 주민에게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도록 강요해 아침마다 경비원이 90도로 출근길 인사를 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아파트는 생활 속 ‘갑질 사건’이 자주 터지는 공간이다. 국민 4명 중 3명은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며 공동주택의 대부분은 아파트이다 보니 일상생활 갑질도 수시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서의 갑질은 소득이나 생활수준이 비슷한 아파트 주민끼리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입주민보다 처지가 못한 경비원에게 집중되고 있다.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술취한 손님에게 대리기사는 노예

    택시와 대리기사가 모는 자신의 차 안에서도 갑질은 일상적이다.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에선 택시기사인 김모씨가 승객 박모씨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택시기사를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보지 않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대리기사를 노예처럼 대하는 건 부지기수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취한 손님에게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대리하느냐’는 서러운 말을 듣는 건 비일비재하다”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돈을 땅바닥에 던져 직접 주운 경험도 있다”고 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2014년 대리운전을 거부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대리기사와 시비가 붙어 폭행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모 대학의 시간강사를 하면서 카카오 대리기사가 돼 《대리사회》라는 책을 펴낸 김민섭 씨는 자신의 책에 “콜을 받고 제시간에 도착해도 손님은 사라지고 연락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리기사는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썼다.

    공공장소에서 청소하고 있거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자신의 자녀에게 “공부 안 하면 이렇게 된다”고 말하는 무심한 갑질도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갑질 중 하나다.

    도로 위 질주하는 ‘갑질 차량’

    도로에서도 ‘갑질’은 심심찮게 목격된다. 앞지르기에 화가 난 운전자가 다시 추월한 뒤 급제동해 위협하는 것은 갑질 축에도 못 낀다. 최근 전북에선 한 화물차 운전자가 스파크 차량에 추월당하자 10여㎞를 뒤쫓아가 말다툼을 벌이고 분을 참지 못해 둔기로 스파크 운전자의 얼굴을 때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일부 고가 수입차 동호회는 밤에 시속 200㎞를 넘기는 질주대회를 열어 다른 운전자들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한다.

    일부 운전자들은 어처구니없는 글귀를 넣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갑질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당신이 더 많은 비용을 치를 것’이라는 수입차, ‘사고 나면 상대방이 더 크게 다칠 것’이라는 화물차나 버스, ‘우리는 배려받아야 할 존재’라는 웨딩카 등의 식이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갑을 관계에서 오는 좌절과 불쾌감을 느끼고 풀지 못한 사람들이 그 장소를 벗어나면 그 감정을 풀려고 하는 행위를 추동 공격 가설이라고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갑질의 유형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며 “공격성과 우월성을 드러내는 게 인간의 본능인데 이걸 제어하는 방법을 어렸을 때 교육에서 배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 갑질 근절 신문고
    한경으로 제보해 주세요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0일부터 ‘2016 대한민국 갑질 리포트’ 기획의 일환으로 ‘갑질신문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갑질 피해 사례를 공개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입니다. 1주일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임에도 갑질신문고에는 직장 내 갑질 피해 사례, 공직자로부터 당한 갑질 피해 사례, 블랙컨슈머에게 시달리는 프랜차이즈의 사례 등 다양한 갑질 피해가 제보됐습니다. 그만큼 갑질이 다양한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은 갑질신문고 운영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갑질을 당했거나 주위에서 목격한 사례를 제보해 주시면 기사화해 한국 사회 내 갑질을 근절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제보창구는 gabjil@hankyung.com입니다.

    김재후/안재광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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