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전주 이전을 앞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운용직 핵심 실무자들의 무더기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에서 해외 인프라 투자와 해외 채권 운용을 총괄하던 팀장 두 명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밝힌 실무자가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로 갈수록 실무급 핵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공단은 우려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대규모 인력 이탈 우려는 지난 6월 이윤표 운용전략실장 등 실장급 인사 3명이 퇴사하면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연초에는 준법지원실의 팀장급 변호사가 경쟁 조직인 한국투자공사(KIC) 법무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직원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차장급 이상 실무자들을 1 대 1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미 결정된 전주 이전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떠나는 인력들을 잡기 위해 제시할 만한 당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기금운용본부는 운용직 연봉을 9% 인상하는 방안을 지난 상반기 결정해 놓고도 지급을 미뤄왔다. 기관장에 대한 평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기재부가 최근 국민연금공단에 ‘복지이사’ 자리를 신설하고 초대 복지이사 몫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와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이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 측이 눈치를 보느라 정작 필요한 연봉 인상을 지연시켜 왔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공단에는 현재 기획이사, 업무이사, 기금이사 등 3개의 이사 자리가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인 기금이사는 민간 전문가 중에서 선발한다. 기획이사와 업무이사는 공단 이사장이 임명한다. 그동안 기획이사는 복지부 출신 공무원들의 몫이었다. 업무이사는 주로 공단 내부 출신 중에서 선임했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문형표 이사장이 인상된 연봉을 빨리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기금운용본부 실무자는 “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상당수인데 추가로 들어가는 주거비 교통비 등을 감안하면 연봉 9% 인상은 충분한 보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