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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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던 만도 주가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Bosch)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증권가는 이번 소송에서 만도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분쟁이 길어질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2시12분 현재 만도는 전거래일보다 1만6000원(6.48%) 오른 26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전 거래일 보쉬의 특허침해 소송 소식에 13.33%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8일 연중 최저가로 떨어진 뒤 이달까지 94.54% 가량 오르며 꾸준한 강세를 보여왔기에 상처가 더 컸다.

보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만도의 잠김방지브레이크(ABS)와 주행안전성제어장치(ESC) 제품이 특허권 4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디트로이트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는 7만5000달러(약 8000만원) 현금 보상과 추가적 사용 금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도 측이 지난 30일 특허 침해 사실이 전혀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적극적으로 밝히면서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특허 분쟁에서 만도의 승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도가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제품 'MGH-60·80'은 각각 2009년과 2013년에 출시됐다"며 "소송이 이 시기를 지나 뒤늦게 제기된 만큼 보쉬가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만도가 1999년 자체 ABS 제품을 내놓는 등 오랜 기간 독자적 기술을 사용해 온 만큼 특허권 침해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ABS와 ESC가 전 세계적으로 10년 넘게 의무장착 대상에 포함되는 보편적 기술인 점도 보쉬의 승리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보쉬가 밝힌 현금 보상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주목할 요인으로 꼽았다. 이 금액은 작년 만도의 ABS·ESC 관련 연간 매출(약 8000억원)의 0.01%에 불과하다. 그만큼 보쉬가 주장하는 특허권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만도는 ABS 기술을 국산화한 뒤 한 번도 특허침해 소송에 휘말린 적이 없다"며 "보쉬가 특허권 침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이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진행돼 불리한 점도 없다는 판단이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번 소송이 만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만도가 과거 보쉬와 기술 제휴를 맺은 경력도 지니고 있어 미리 결과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특허권 분쟁이 장기화 될수록 투자 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허권 소송은 그 특성상 장기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예측도 어려워 주가 측면에서 잠재적인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오롱과 듀폰은 첨단 합성섬유 아라미드를 둘러싸고 6년간 소송을 이어왔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투자자에게 특허침해 소송은 새롭게 등장한 우려 사안임이 분명하다"며 "소송 관련 비용과 발주 안정성 등 잠재적 고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관련 제품의 판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