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 멘디니 "사물에 시적 감성 입히는 것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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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과 협업 활발한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여자친구 본떠 만든 와인따개
1분에 1개씩 팔릴 정도 인기
IT시대, 인간미 있는 디자인 필요
영종도 복합리조트 디자인협업
차가운 대리석에 온기 불어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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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개씩 팔릴 정도 인기
IT시대, 인간미 있는 디자인 필요
영종도 복합리조트 디자인협업
차가운 대리석에 온기 불어넣을 것

친근하고 유머 넘치는 디자인으로 그는 일상의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기어S2, LG전자의 멘디니 냉장고, 한국도자기의 그릇, SPC그룹의 음료수 컵….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한국 제품도 꽤 많다. 그가 내년 초 개관 예정인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의 협업 디자이너를 맡았다. 작업을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2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그룹 본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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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의 성향이 아주 비슷해요. 전통을 중시해 진지하면서도 때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죠.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는 한국인의 삶에 ‘색채’를 입히고 싶었어요. 강렬한 색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거든요.”
그가 화려한 색채에 빠져든 건 1970년대였다. 당시 멘디니는 세계 디자인계의 대표적인 급진주의자였다. ‘기능적인 것이 아름답다’는 유럽의 기능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그는 바로크 스타일 의자에 수많은 색점을 찍어 만든 ‘프루스트 의자’(1978)를 선보였다. 이 의자는 그의 대표작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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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화려한 색채는 보는 이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어린아이에게는 어른 흉내를 내게 하면서 정작 어른들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아이 같은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 아마도 내가 아직 덜 성장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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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많은 회사와 협업하지만 그는 딱 세 손가락으로만 세상과 소통한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작업을 연필로 직접 그리고 쓴다. 삶 자체가 아날로그적이다. 그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인간적인 디자인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기어S2 디자인을 요청했을 때 세련된 전자시계를 디자인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전통 시계 디자인을 원했죠.”
파라다이스시티의 협업 디자이너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리석으로 이뤄진 화려한 건물에 자신만의 색채로 온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것. 그는 한국의 전통 조각보를 콘셉트로 지은 파라다이스시티의 건물 외벽 디자인을 맡았다. 파랑과 노랑, 빨강 등 그가 자주 사용하는 색채를 통해 차가운 대리석에 기쁨과 생명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야외 공원에는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가 설치된다. 이름은 ‘프루스트 파라다이스’다. 가로 4.5m 세로 4.5m로, 지금까지 작업한 프루스트 의자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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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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