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지진 공포증은 의학적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해당한다.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영남지역 주민들이 호소하는 공포증은 일시적 두려움과 공포, 불안 반응에 해당하므로 아직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진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남지역 사람들이 보이는 공포증은 대부분 4주 이내에 정상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어른이 아닌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자연 현상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 만약 아이가 평소보다 산만한 모습을 보이고 지진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한다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다치지 않았는데도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짜증을 내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혼내거나 윽박지르지 말고 아이가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보살펴줘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무서운 경험을 이야기 하도록 하는 것은 두려운 기분을 가라앉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진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격려해야 한다. 지진 등에 관한 뉴스를 지나치게 많이 보면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뉴스나 기사 등에 노출되는 것은 줄여야 한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수주 이상 지속하거나 상황이 안정된 뒤에도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조 교수는 “불안은 정상적인 심리 반응이기 때문에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증상이 지속되면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심한 상황을 가정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며 “지진 대피 방법 등 현실적인 정보를 습득하면 심리적 안정을 얻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