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지근한 자세에 일부에서 안보리 결의안 난항 우려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새로운 고강도 제재가 추진 중인 가운데 주요 국가들의 입장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고강도 제재를 주장하며 드라이브를 거는 데 비해 중국은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양새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주요 회원국 대표들은 북한 핵실험을 성토하며 메가톤급 제재를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개국이 북한에 대한 성토 및 응징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한·미·일은 기조연설이 시작되기 이틀 전에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북한 핵실험 규탄과 고강도 제재 추진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기조연설에서도 고강도 제재의 필요성을 유엔 회원국에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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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기조연설에서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핵무기 확산 방지노력을 하지 않거나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지 않으면 핵전쟁의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기본적인 합의를 깨는 어떤 나라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북한을 정조준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미국은 북한을 응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3국이 긴밀히 협조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고강도 제재를 시사했다.

일본은 미국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21일 기조 연설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연설 시간의 약 절반을 북한 핵실험을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조치를 촉구하는 데 투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통해 국제사회에 던지는 위협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이에 맞춰 북한에 대한 제재도 과거와는 달리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해 안보리가 분명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일본이 새로운 제재의 도입을 주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 우리나라 측 대표인 윤병세 외교장관도 북한제재와 관련해 총력외교를 펼치고 있다.

20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윤 장관은 북한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를 번번이 무시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공식 제안인 셈이다.

윤 장관은 이어 현재 논의 중인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북한 김정은의 광적인 행동을 제어할 마지막 기회라면서 북한의 예상을 넘는 제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장관은 22일 예정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을 규탄하고 국제 사회가 하나 돼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로운 제재안과 관련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은 북한제재와 관련해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주 짧게만 언급했다.

19분가량의 연설에서 북한 문제는 20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제재와 관련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만 이야기했다.

불과 하루 전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핵실험 규탄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상호 협력 강화에 동의했던 진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중국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안 채택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때에도 중국의 미온적인 입장 때문에 56일 만에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됐다.

또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러시아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23일로 예정돼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