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민통합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추 대표는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으나 당내의 거센 반발에 막혀 예방계획을 취소했다.

8일 추 대표의 예방 계획이 전해지자 당이 발칵 뒤집혔다. 추 대표는 “단순히 인사를 드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파렴치한을 왜 만나느냐.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못 만나는 것 아니냐”고 거친 반응을 보였다.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전 전 대통령이 한 일이 있는데, 광주 시민들이 이번 방문을 납득할 수 있겠냐”며 “예방한다고 해서 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우리에게 돌아서는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 의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추 대표의 예방 계획에 반발했다. 박홍근 의원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은 아닐 것”이라며 “국민 화합 차원이라면 왜 국민 지탄을 받는 그 분이 먼저냐”고 지적했다. 김현미 의원은 “인정도 사죄도 하지 않는 자를 어떻게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이같이 당내 반발이 심해지자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최고위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전원 반대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최고위원은 회의를 마친 뒤 “최고위원들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병관 최고위원은 “그 사람(전 전 대통령)을 용서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예우할 대상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최고위원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함께 얘기했다. 용서는 피해자의 몫이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추 대표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전 전 대통령 측에는 따로 연락을 하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취임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국민통합 행보를 해왔지만, 이번에 제동이 걸렸다. 추 대표는 “돌아가신 대통령은 묘소를 갈 수밖에 없고, 살아계신 대통령은 방문하는 것”이라며 “더민주 대표가 돼 인사를 드리겠다는 의미”라고 밝혔지만, 당내 거센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 추 대표는 12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만날 계획이었지만 향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