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 비용 청구했으나 거절…소송으로 받아내

제일모직(현재 삼성SDI)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고의로 포기했다며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삼성 측으로부터 뒤늦게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김귀옥 부장판사)는 장 교수 등이 삼성SDI를 상대로 낸 금전 청구소송에서 "삼성SDI는 장 교수 등에게 2억1천62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1996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오너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전환사채 인수 권한을 포기했다며 제일모직 이사와 감사에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을 2006년 제기했다.

장 교수 등은 제일모직 주주로서 원고로 나서면서 대리인으로 김모 변호사를 선임했다.

대구고법은 6년 뒤인 2012년 이 소송의 항소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에게 '제일모직에 130억4천978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고, 해당 판결은 원·피고의 상고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상법에 따라 주주대표소송에서 승소한 주주는 회사에 소송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장 교수 등 주주 측은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한 삼성SDI에 변호사 비용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금전 청구소송을 냈다.

삼성SDI 측은 '원고인 주주들은 참여연대가 소송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공지를 보고 소송에 참여했고 실제로도 비용 부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소액 주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었고, 상법에서 규정하는 소송 비용에는 변호사 비용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소송의 중요성이나 기간에 비해 재판 횟수가 많지 않았고 관련 형사 사건에서 사실관계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돼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애당초 변호사 보수로 약정됐던 '항소심 승소 금액의 4%'의 절반인 2%만 지급하라고 했다.

장 교수 등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6일 항소했고, 삼성SDI도 지난 2일 항소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