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달 고영열 김준수 / 사진 = 유어썸머 제공
두번째달 고영열 김준수 / 사진 = 유어썸머 제공
[ 한예진 기자 ] 두번째달, 그리고 두 젊은 소리꾼이 아름다운 선율과 절절한 목소리로 여름밤을 물들였다.

에스닉 퓨전밴드 두번째달과 소리꾼 고영열, 김준수가 함께한 '판소리 춘향가' 소극장 장기공연이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8시간이 넘는 긴 전통 판소리 춘향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두번째달의 '판소리 춘향가'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화려한 막을 내렸다.

두번째달(김현보(기타, 만돌린), 박진우(베이스), 최진경(키보드, 아코디언), 백선열(드럼, 퍼커션), 조윤정(바이올린), 이영훈(기타))은 각종 드라마와 CF음악에 참여하며 실력파 밴드로 자리잡았다. 이번에는 우리의 전통 장르인 판소리를 에스닉한 편곡으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분야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는 국립창극단에 최연소로 입단한 소리꾼이다. 최근에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3'에 출연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하며 '국악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영열은 판소리 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피아노 연주 실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소리꾼이다. 북이 아닌 피아노 연주에 맞춰 판소리를 하는, 이전에 볼 수 없던 개성 넘치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두번째달 고영열 김준수 / 사진 = 유어썸머 제공
두번째달 고영열 김준수 / 사진 = 유어썸머 제공
지난 8일간 펼쳐진 '판소리 춘향가' 공연에서 두번째달은 15년 경력의 베테랑 실력자들답게 어느 한 곳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소리꾼 고영열, 김준수는 표정 연기가 곁들어진 판소리로 능수능란하게 극을 이끌어가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완벽한 무대매너를 선사한 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으니 한 편의 창극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공연 소개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두번째달과 소리꾼은 '농부가'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첫 곡부터 관객과 함께 신명 나는 한마당을 만들어냈다. 오프닝 곡이 끝난 뒤 두번째달은 "앨범을 발표하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 '춘향가'라는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며 계속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걸 알게됐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여러분도 그런 기적적인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이어 '신연맞어', '군로사령', '돈타령' 등 신나는 무대로 공연에 푹 빠져들게 했다. 관객들은 곡에 맞춰 박수를 치는가 하면 '얼쑤', '좋다'라는 추임새를 넣어 직접 참여형 공연을 만들어나갔다.

1막이 끝나갈 무렵, 고영열은 '바다에 떠있는 달'이라는 뜻을 담은 자작곡 '해월'을 선보였다. 감미로운 연주와 애절한 감성이 담긴 그의 피아노병창은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두번째달 고영열 김준수 / 사진 = 유어썸머 제공
두번째달 고영열 김준수 / 사진 = 유어썸머 제공
이어진 2막의 시작은 '적성가'였다. 장내 분위기를 밝게 전환시키며 객석의 분위기를 한층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랑가'를 통해 관객들이 저마다 박수를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경쾌한 무대를 꾸몄다. 또 애틋한 '이별가'는 관객의 온 신경을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게 했다.

하이라이트인 '어사출두'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며 객석의 큰 함성을 끌어냈다. '암행어사 출두하옵신다'라고 격정적으로 외치며 끝이 나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판소리가 끝날 때의 맺음말인 '더질더질'을 부르며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앵콜곡으로는 두번째달이 10여 년간 쌓아온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여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이어 '사랑가'의 한 소절 한 소절을 다시 한 번 관객과 입 맞춰 부르며 특별한 밤을 선사했다.

두번째달의 풍성한 음악에 조화롭게 올려진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의 힘찬 목소리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다채로운 음악에 도전하는 두번째달의 행보와 국악의 다양함을 전파하는 젊은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이 꾸미는 앞으로의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