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벌써 900회라니
1998년 5월 가정의 달 특집 시범방송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사진)가 지난 1일 900회를 맞았다. 18년3개월 동안 소개한 사연이 4300여건, 제작진이 지금껏 받은 제보 건수는 약 5만5000건에 달한다. 생후 8개월 아이부터 113세 국내 최고령 할머니까지 다양한 사람이 방송을 탔다.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 SBS방송센터에서 열린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 MC 임성훈(67)과 박소현(47)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덕담으로만 듣던 ‘900회’를 맞아 너무나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두 MC는 방송 첫회부터 18년간 ‘대타’ 한 번 없이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남녀 진행자가 세운 국내 방송 사상 최장 기록이다. 임성훈은 “모든 것이 박소현 씨의 공”이라며 “신혼여행을 가고 출산 휴가를 냈다면 얼마간 자리를 비웠을 텐데, 박씨가 결혼하지 않은 덕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이웃의 비범한 사연을 전한다. 그중엔 사회적 관심을 끈 사연도 여럿 있었다. 죽음에 내몰린 개 누렁이를 구출하는 과정을 담은 1시간 분량 특집방송 ‘누렁이 구조작전’ 편(2000년)은 그해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어머니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달리는 지적장애인 효자의 사연을 다룬 ‘맨발의 기봉이’ 편은 2002년 방송 이후 동명 영화로 제작됐다. 2006년 성형 중독 여성을 소재로 한 ‘잃어버린 얼굴’은 방송 당시 순간 시청률 31%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의 올해 상반기 평균 시청률은 11%. 꾸준한 ‘고정 팬’도 있다. 임성훈은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보면서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신동 한 명을 소개하면 수많은 아이들이 그 영상을 보며 꿈을 키웁니다. 신체적인 어려움과 정신적 결핍을 극복하는 이웃의 사연은 어른들에게 용기를 주죠. 수십년간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노년층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얘기했다. “사실 제가 타고난 성격은 참 급합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다른 사람의 삶을 한 발짝 떨어져 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박소현도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큰 에너지를 얻었다”며 “지치고 힘들 때 프로그램을 통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계속된다면 약 2년 뒤 1000회를 맞는다. 두 MC는 지금보다 더 큰 기록을 세우고 싶은 욕심을 솔직히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꾸준히 일하다 보니 900회가 왔듯이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1000회라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길 바랍니다.”(임성훈) “요즘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많지만, 그런 와중에도 훈훈함과 정겨움을 전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남고 싶어요. 제 아이를 낳는 마음으로 1000회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박소현)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