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에 잘하는 것보다
핵심 한가지에만 집중해
에너지 쏟아부어야
지나친 욕심은 실패 부를수도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성경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른 두 자매 마르다와 마리아는 나사로의 누이들이다. 예수 일행이 나사로의 집에 방문하자 마음이 부산해진 마르다는 바쁘게 일한다. 한참 일하다 보니 동생이 보이질 않는다. 예수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는다면서 식사 준비를 뒷전으로 미룬 동생 마리아를 보니 마르다는 화가 났다. 철없는 마리아를 꾸짖어 달라고 예수에게 부탁까지 해보는데 예수는 마리아가 더 좋은 것을 골랐다며 오히려 마리아를 두둔한다.
다소 의아해 보이지만 비즈니스 리더라면 나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덤벼들면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조직 자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핵심을 찾아 집중해 일가를 이룬 햄버거 체인 사업체의 이야기는 경영을 하는 많은 리더에게 시사점을 준다.
햄버거 체인점 쉐이크쉑 버거가 한국에 상륙했다. 폭염 속에서도 사람들은 긴 시간을 기다려 햄버거를 사먹었다. 혹자는 햄버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불평한다. 햄버거 세트 가격은 1만6700원. 길 건너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가격(3900원)의 네 배 수준이다.
두 업체는 각각 자신의 장점을 살려 사업을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미리 가공된 식자재와 표준화된 조리법 매뉴얼, 반자동 조리기구로 빠르게 음식을 조리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쉐이크쉑 버거는 유기농 원료를 사용해 가격이 비싸다. 주문을 받고 제작을 시작하기에 음식은 느리다.
만약 두 업체가 자신의 장점을 추구하는 대신 서로를 모방한다면 어떨까. 맥도날드가 고객 영양과 웰빙을 생각해서 유기농 샐러드를 출시한 적이 있었지만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사람들이 맥도날드에 기대하는 것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대신 자신의 핵심 역량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극단으로 가져간 하디스 사례는 파격적이다. 하디스는 2004년 파격적인 햄버거를 출시했다. 그들이 내놓은 것은 소고기 패티 2개, 베이컨 4개, 치즈 3장, 케첩과 마요네즈로 맛을 낸 몬스터버거다. 성인남자 하루 권장 섭취열량의 절반을 넘는 고칼로리 음식이다. 시장의 흐름을 정면으로 맞선 그들의 선택은 우려를 낳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몬스터버거 출시 후 하디스 매출은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모두가 자신이 최고라고 말하면서도 서로를 벤치마킹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핵심 한 가지에 매달려 탁월해질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의 사례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은 선수 출신인 IOC 위원을 직접투표로 선발한다. 2004년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은 인지도가 낮아서 IOC 선수위원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반전.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러시아 육상선수 이신바예바보다도 많은 표를 받고 당당히 IOC 선수위원이 됐다. 유승민의 비결은 간단했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만난 것이다. 유승민은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하루도 거리지 않고 선거운동을 했다. 25일간 매일 15시간씩 그는 총 2만명을 만났다.
우리의 자원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려면 핵심에 집중해야만 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지나친 욕심이다.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적당히 해결하고 그렇게 비축한 에너지를 핵심에 쏟아부어야 한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대신 핵심적인 일 한두 가지는 반드시 해내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