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GO] 법이냐 안전이냐…이러다 또 천국 가겠어요
[편집자 주] [래빗GO]'자전거 천국' 서울?…이러다 천국 가겠어요

1편 기억하십니까? 지난 4월 뉴스래빗이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실제 타 보고 전해드린 고발 기사입니다. '서울=자전거 천국'을 목표로 도입된 따릉이. 하지만 뉴스래빗의 점검 결과 '자동차 천국' 서울에서 타다가는 자칫 이번 생(生)과 작별할 수도 있겠다 싶을만큼 아찔했습니다. 자전거 전용도로 부족, 자전거 도로 주정차 위반 등 인프라 문제는 여전했고, 턱없이 부족한 반납소와 1시간 단위 반납 제도 같은 운영 미숙 불편함도 컸습니다.

당시 지적에 공감한다는 독자 댓글은 500여개(네이버 다음 등 포함)가 넘었고, 해당 영상은 3만회 가까이 재생됐습니다. 따릉이 운영 주체인 서울시의 개선 약속도 얻어냈습니다. 다시 따릉이 점검에 나서겠다고 독자께 약속드렸습니다.

그 2탄을 공개합니다. 래페지기(뉴스래빗 페이스북 관리자) 김현진, 신세원 기자는 다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1번 출구에서 중구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까지 따릉이 자전거 출근(자출)에 재도전했습니다. 비오는 날을 택했습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따릉이는 정말 더 건강해졌을까요?

▼ 고난의 따릉이 2라운드 현장, 영상 확인!.!


▲ 액션캠(소니) 촬영, 모바일 최적화(1080x1080px) 편집

# 1. 법이냐 안전이냐.. 이러다 또 천국가겠어요

인도에서 따릉이를 타는 건 불법입니다.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자전거 전용도로나 자전거 우선도로로 다녀야 합니다. 여의도에서 중림동으로 오는 마포→공덕→애오개 인도 쪽 끝 차선은 자전도 우선도로가 이어집니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통행할 수 있지만, 자전거 통행에 우선 순위가 있죠. 그래서 자전거가 진행하면 자동차는 자전거를 보호하며 운전해야 합니다. '자전거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4월 서울시가 자전거의 도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니까요.
[래빗GO] 법이냐 안전이냐…이러다 또 천국 가겠어요
그런데 다시 타보니 자전거우선도로는 여전히 위험천만했습니다. 여의도에서 2차선으로 달리던 버스나 택시가 승객들을 승하차 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자전거 우선도로인 끝차선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주정차 차량이 막고 있는 자전거 우선도로 빠져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버스와 차량이 쌩쌩 속도를 내는 2차선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이 같은 자전거 우선도로 문제는 한국경제신문사 앞까지 계속됐습니다. 결국 자출 50분 대부분을 인도로 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도를 달린 기자는 법을 어긴 겁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법을 지키자니 생명을 위협받고, 안전을 선택하자니 법을 어기게 됩니다. 1편과 다름없이 서울 자전거 우선도로 자체의 위험성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다만거리 곳곳에 노란색 자전거 우선도로 안내판과 노면 표시는 지난 4월보다 늘었습니다.

레패지기가 2탄 자출 체험 후 내린 결론은 '자전거 천국 서울' 아직 멀었다 입니다. 여전히 '자동차 천국'인 서울에서 자전거를 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따릉이' 안전 문제는 따릉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왔습니다. 시는 '따릉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업 규모만 확대하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 2. 따릉이 운영 미숙 개선 됐을까요?

요즘 퇴근 직장인, 데이트 커플 등 참 다양하게 '따릉이'를 이용하더군요. 따릉이는 도입 11개월 만에 회원 수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점차 새로운 도심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아 가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지난 4월 뉴스래빗은 따릉이 반납소 부족, 1시간 단위 반납 제도 같은 운영 미숙 불편함도 지적했습니다. 2탄으로 다시 점검해보니 1편에서 지적한 반납소 문제, 1시간 의무 반납 제도, 결제 안정성 등의 지적사항은 다소 개선됐습니다. 서울시내 대여소는 400개소, 전체 따릉이는 5000대로 늘었습니다. 이달 말까지 대여소 50개소, 따릉이 600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입니다. 1시간마다 의무 반납에 대한 시민 불만이 많아 '기본 2시간 이용요금제'가 지난 달 도입됐습니다.

다만 안전장비인 헬맷 대여는 여전히 힘듭니다. 뉴스래빗은 지난 4월 따릉이 체험 1탄에서 헬맷을 미착용해 따끔한 독자 지적을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시민이 공공자전거를 타기 위해 헬맷을 일일이 들고 외출하기는 번거롭습니다. 서울시에 문의도 했습니다. "따릉이는 무인대여시스템이라 헬멧 대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취재를 하는 일주일동안 헬맷을 착용한 따릉이 이용자를 단 한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5일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공공자전거팀, 서울관리공단 담당자를 직접 만나 물어봤습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자전거 우선도로 안전 인프라가 시급합니다.
"용산구, 동대문구, 양천구, 영등포구에 총 40.2km의 자전거도로가 신규 설치됩니다, 기존 자전거도로 76.1km를 포함해 총 116.3km로 자전거 도로가 늘어납니다. 신규 확대지역인 양천구, 영등포구와 연계될 수 있도록 양화로, 마포로 등에 10.9km의 도심연결 간선 자전거도로가 올해 말까지 추가 설치됩니다. 지난해 설치한 자전거도로 41.4km에 기존 자전거도로 116.3km를 포함, 총 168.6km 입니다. 서울시 내 9개 교차로에 횡단도 41개소를 설치했습니다, 기존 자전거 우선도로에도 안전시설(1092개소)이 확충됩니다. 자전거도 설치와 함께 기존 자전거도로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이용자 안전을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 자전거도로 주정차 단속 강화했습니까.
"자전거 전용차로 위 불법 주정차는 주정차 뿐만 아니라 주행 차량까지 단속할 수 있도록 '전용차로 통행위반 단속 지침 변경' 및 '과태료 부과 상향 조정' 등 단속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전담 단속반 인력 충원, CCTV 설치 등을 통해 효과적인 단속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단속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 시설 개선을 통해 구조적으로 차량과 분리되는 형태의 자전거 도로을 지속적으로 설치해 나갈 계획입니다."

▶ '따릉이' 헬멧없이 타도 괜찮나요.
"도로교통법상 만13세 미만 어린이는 의무적으로 헬멧을 착용합니다. 따릉이는 무인대여시스템입니다. 헬멧 대여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같은 이유로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공공자전거를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는 도시에서도 헬멧을 대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캠페인을 통해 헬멧 착용은 권장하고 있습니다."

▶ '따릉이' 이용 시간 및 반납 문제점 개선됐나요.
"지난 달 16일부터 1일권에 대해 2시간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기존에는 '따릉이'를 한사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여 후 1시간 이내 반납해야 했습니다. 1일권 1시간 이용권은 1000원이고, 2시간 이용권은 2000원입니다."

▶ 대여, 결제 등이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회원가입부터, 대여, 반납, 이용권 구매 등 세부절차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상담콜센터에서 원격지원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휴대폰 본인인증 및 결제는 대행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절차를 거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공공자전거 대여 체계가 낯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용시민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 아이폰은 아직도 모바일 앱이 없습니다.
"애플사에서 휴대폰 본인인증 시 생년월일 정보수집을 이유로 앱 등록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휴대폰 본인인증이 필요한 회원가입, 휴대폰 소액결제는 제외한 서비스는 제공할 계획입니다. 보완 후 보안성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내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 '따릉이 사고' 보험 보장범위 확대됐나요.
"공공자전거 종합보험 보장범위를 치료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입니다. 이전 보험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 계약하는 오는 9월 19일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 강남 지역 대여소는 여전히 부족하다던데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4대문안, 신촌 등 5개 지역에 따릉이를 설치했습니다. 올해는 동대문, 용산 등 인접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설치해 나갈 계획이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3. '따릉이' 시민 의식 제고도 필요

▼ 부서지고, 찢긴 따릉이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1번 출구에서 고장난 거치대 잠금장치를 수리 중인 서울시설관리공단 직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따릉이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훼손, 유기는 빈번하고, 안장을 찢거나 페달을 끊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은 국내 언론 처음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따릉이 관리 센터'를 찾아 그 실태를 확인했습니다. 이곳은 서울 시여내 400곳 무인 대여·반납소로 따릉이를 배분하고, 수리 및 정비를 도맡고 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상태가 불량한 따릉이들이 수거되어 들어왔습니다. 페달, 벨 등 자전거 부품이 고장나거나 없어진 자전거가 대다수입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따릉이도 보입니다.
[래빗GO] 법이냐 안전이냐…이러다 또 천국 가겠어요
따릉이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대체로 깨끗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쓰레기를 버려 놓는가 하면 자전거를 거치대가 아닌 곳에 방치하거나 훼손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송민수 시설관리공단 과장은 "함께 쓰는 자전거인 만큼 다음 이용자를 위해 청결하게 사용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며 "내 자전거 처럼 생각하고 따릉이를 이용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서울시 측은 "따릉이 도난 시 경찰 신고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자전거가 파손되거나 회수하지 못한 경우 자전거 제작 비용 등을 부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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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연구=김현진,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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