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새판짜기론’이 분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가, 더불어민주당은 친문(친문재인)계가 당권을 장악하자 제3의 구도를 만들어내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제도권 정당 밖에서 경쟁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3지대론과 대선 잠룡들을 함께 열차에 태우자는 이른바 ‘플랫폼론’, 야권 후보 통합론 등이다. 제3지대론은 각 정파의 ‘동상이몽’으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내세운다.

더민주의 전당대회를 통해 온라인 권리당원뿐 아니라 대의원들까지 문 전 대표 측 세력이 강하다는 게 입증되면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다른 잠룡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제3지대론이 부상하는 이유다.

야권에선 제3지대론과 플랫폼론을 두고 각 정파 간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구상도 다르다.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 온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기존 정당을 벗어난 제3지대론과 플랫폼론을 내세워 정계개편에 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최근 손 전 고문과 박 시장, 안 지사 등 야권 주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도 만났다. 그는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켓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측을 중심으로 제3지대에서 정계개편을 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은 중도개혁세력과 대권 잠룡들이 모이는 ‘둥지’ 역할을 자임하며 중간지대 플랫폼론을 제시한다. 국민의당이 주축이 된 ‘제3지대 세력 연대·통합’이다. 더민주 비주류 등이 거론하는 제3지대론과는 거리가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8일 “활짝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손 전 고문을 만나 “국민의당에서 안 전 대표와 경선을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의 정계개편론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모두에서 호응이 있어야 하지만 새누리당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다.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특정 후보 밀기를 가시화하면 비박계 주자들이 제3지대로 이탈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3지대가 현실정치에 실패한 사람들의 소리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다만 남 지사는 “탈당은 없다”며 당 밖 제3지대 합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