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영남 교두보 확보…대구 출신 秋에 당권 주며 가속페달
호남 분위기는 '복잡미묘'…전대 당일 文은 영남·安은 호남행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사상 첫 TK (대구·경북) 출신 선출직 대표를 탄생시키면서 내년 대선을 겨냥한 동진(東進)에 박차를 가했다.

'영남당'으로 불렸던 새누리당이 파격적으로 호남 출신 이정현 대표를 당선시키며 '서진(西進)'의 깃발을 든 직후 불과 얼마 전까지 '호남당'으로 평가받던 더민주는 대구 출신 추미애 후보에게 당권을 주면서 맞불을 놓는 모습이다.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TK 출신 김중권 대표 최고위원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선출직이 아니라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지명한 임명직 대표였다.

당내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나 김부겸 의원 등 영남 출신 인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영남 후보-영남 대표' 체제로 내년 대선에 임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당내 일각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동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인구 구성에서 영남 인구가 호남을 압도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텃밭인 호남 외에도 영남과 중원인 충청 공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 경북과 충청으로 이를 확대하는 것이 정권교체의 가장 빠른 길이라는 주장이다.

4·13 총선에서 대구의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부산 5인방' 등 영남에서 무려 8명을 무더기로 당선시키며 교두보를 만드는데 성공하자 이런 동진론은 더욱 힘을 얻었다.

다만 총선에서 텃밭 호남을 국민의당에 내주며 당선자를 3명 내는 데 그치자 당내에서는 "영남 공략보다 호남 복원이 시급한 때"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추 후보가 당선되면서 일각에서는 당심(黨心)이 여전히 영남 공략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호남의 시선은 복잡 미묘하다.

우선 호남지역의 야권 관계자들은 추 후보가 대구 출신이라는 것 자체는 민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아직 '대구의 딸'이라기보다는 '호남의 며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호남 인사들은 추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만이 아니라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친문(친문재인)진영과 보조를 맞췄다는 점에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호남지역 관계자는 "호남 당원들은 친문 진영이 호남을 중시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품고 있다.

이른바 '반문(反文) 정서'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전대 결과도 이런 불안감을 달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경우 '예산폭탄' 이미지를 앞세워 주민들의 민심을 끌어안으려 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호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전당대회 날짜에 맞춰 차기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행보가 각각 영남과 호남으로 갈렸다.

문 전 대표는 서울 전대장에서 투표한 후 비행기편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탄생 70주년 기념음악회로 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전남 광양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초청강연을 한 뒤 오는 28일에는 광주 무등산 산행을 하는 등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에 머문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