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계가 잇따라 설악산 국립공원 내 오색케이블카 건설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7일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 명의의 성명에서 "최근 강원도 양양군이 설악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주교회의는 "설악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국가 문화재인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등 겹겹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라며 "이것은 자연과 인간, 현세대와 미래 세대의 공존을 위해 보호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또 "공공의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했을 때 얼마나 참담한 결과가 오는지, 우리는 이미 4대강 사업에서 충분히 배웠다"면서 "강에 이어 이제 산마저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 공동의 집'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불교환경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카 설치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조건부로 통과시킨 공원위원회의 결정은 경제성, 환경성 등에서 심의 자체의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환경부는 잘못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기반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사업 고시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불교환경연대는 "부처님께서 수행자 시절, 배고픈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야 했고,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며 "승가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계승하여 소비와 자연파괴를 당연시하는 현대 문명을 성찰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기를 서원한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불교적 가치를 실천하고 실현함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함을 참회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더욱 용맹정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