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이겨낸 로즈 112년만에 금빛 퍼트
저스틴 로즈는 14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다치쥬카 골프장(파71·7128야드)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골프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쳤다.최종합계 18언더파 268타를 친 로즈는 인라 막판까지 매치플레이를 방불케하는 경합을 펼쳤던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을 2타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로즈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골프 경기를 제패한 챈들러 이건(미국) 이후 첫 금메달 리스트로 골프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당시 올림픽은 남자 단체전과 개인전만 열렸다.
1라운드를 4언더파 공동 4위로 시작했던 로즈는 2라운드에서도 순위를 유지한 뒤 3라운드에서 이글 두 개를 포함해 6타를 줄여내며 선두에 올라섰고,이를 끝까지 지켜냈다.나흘내내 방향을 바꾼 초속 6~7m의 강풍에도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안정적인 경기운용이 빛을 발했다.로즈는 2013년 미국프로골프(PGA) 메이저 대회 US오픈을 포함해 PGA 통산 7승을 올린 강자다.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도 통산 8승을 기록중이다.
스텐손은 17번홀까지 로즈와 같은 17언더파로 금메달을 목전에 뒀다.하지만 18번홀에서 3퍼트를 하는 바람에 은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홀컵 50cm옆에 붙여 탭인 버디나 마찬가지인 퍼트를 남겨둔 로즈를 따라잡기 위해 과감하게 친 퍼트가 홀컵을 2m가량 지나쳤고,두 번째 퍼트마저 홀컵 오른쪽으로 흘러버리면서 보기를 범했다. 동메달은 미국의 맷 쿠차가 차지했다.3라운드까지 5언더파 7위였던 쿠차는 이날만 8타를 줄이는 맹차를 휘둘러 순위를 4계단 끌어올렸다.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를 솎아 냈다.
◆예상밖 인기에 퇴출론 잠잠해지나
안병훈(25·CJ)과 왕정훈(21) 등 ‘코리안 브러더스’도 이날 각각 3타와 4타씩을 줄이며 분전했다.하지만 3라운드까지 최대 9타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뒤집고 메달권에 진입하기엔 역부족이었다.최종합계 6언더파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린 안병훈은 ”라운드 초반에 타수를 많이 줄여놓지 못한게 아쉽다“며 ”좋은 경험이었고,2020년 도쿄올림픽에 다시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안병훈은 5번홀(파5) 2온 2퍼트 이글에 이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그림같은 30m짜리 칩인 이글을 꽂아넣어 갤러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왕정훈은 더블 보기와 보기를 한 개씩 내줬지만 버디를 7개나 뽑아냈다.그는 “칠만하니까 대회가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그는 ”3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치면서 무너진 게 너무 아쉽다“고도 했다.
올림픽 남자 골프는 제이슨 데이(호주),조던 스피스(미국),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더스틴 존슨(미국) 등 세계랭킹 1~4위가 모두 출전을 포기한 탓에 ‘반쪽짜리‘ 올림픽이라는 비난을 받았다.정식종목에 복귀한 지도 얼마 안돼 올림픽 퇴출론까지 불거졌다.1라운드에서도 갤러리가 거의 없어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까지만 치르고 다시 사라질 것이란 비관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3라운드 티켓 1만장,결승전 티켓 1만2000장이 모두 팔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미국과 영국,호주,스웨덴 출신 등 각국의 골프 스타들이 메달권에 진입하며 접전구도가 만들어지자 국가별 응원 대항전이 펼쳐진 것도 예상밖 흥행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최경주(46·SK텔레콤) 남자대표팀 코치는 ”올림픽이 축구 이상으로 재밌다는 인식을 브라질인들이 하게 된 듯하다“며 ”경기방식이나 메달 수 확대 등 보완을 좀 더 하면 충분히 (인기종목으로 떠오를)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전만 치른 이번 대회와 달리 도쿄올림픽에서는 단체전과 혼성팀 종목을 추가하자는 목소리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