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 부족으로 피서객 외면·폭염으로 밤 10시 이후 북적거려

낮에는 한산하던 백사장의 피서객이 밤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피서객은 줄었는데 차를 댈 곳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피서객이 줄면서 쓰레기도 예년보다 대폭 줄었는데 백사장은 온통 쓰레기 천지가 돼 강릉시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피서철 동해안 최대규모의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왜 이런 모습이 일어났는지 들여다봤다.

◇ 낮에는 한산, 밤에는 북적거려
경포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1.8㎞, 폭 80m, 면적 14만4천㎡로 동해안의 대표적 해수욕장이다.

지난달 8일 개장한 경포해수욕장에는 9일까지 피서객 446만7천100명이 찾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만9천 명이 줄었다.

아무리 피서객이 줄었다 쳐도 평일은 고사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예년과 달리 백사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산더미처럼 쌓아 놓은 튜브와 구명조끼, 파라솔도 대부분 그대로다.

그러나 시원한 바닷바람이 솔솔 부는 오후 10시가 넘으면 경포해수욕장 중앙통로 부근 백사장은 피서객으로 바글바글하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어디 있다가 나온 것인지 놀랄 정도로 많다.

그래서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은 밤이 오히려 더 뜨겁고 잠들지 못한다.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노는 한여름 밤의 북적거리는 모습은 밤새 계속되다가 새벽 청소가 시작돼야 사라진다.

상인 최모(50) 씨는 "먹고 살기 어려워서인지 피서객 감소는 통계상 수치보다 피부로 느끼는 것이 훨씬 크다"라며 "특히 젊은이로 붐벼야 할 한낮의 백사장조차 한산하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 피서객 감소했는데…주차는 더 힘들어져

경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감소했지만, 피서객들은 주차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한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어 작년까지 임시 주차장으로 운영되던 모 호텔부지가 올해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해수욕장과 접해 매우 가깝고 차량 300대 정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어 주차난 해소에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호텔 신축이 이뤄져 주차를 못 하게 됐다.

경포해수욕장 주변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고 극심한 주차난의 요인이 됐다.

경포해수욕장 주변에는 상설 6곳, 임시 4곳의 주차장 3만7천32㎡가 있지만, 피서 절정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포 해변에서 놀이시설을 하는 한 상인은 "올해는 극심한 주차난을 호소하는 피서객이 유난히 많다"라며 "해수욕장 가까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면서 뙤약볕에 걷기 싫어하는 피서객들이 경포해수욕장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피서객의 비양심…쓰레기 올해만 극성?

지난달 8일 개장한 경포해수욕장에서는 현재까지 107t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가 감소했다.

그런데도 올해는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의 쓰레기 처리 문제가 어느 해 보다 두드러졌다.

피서 절정기에 접어들면서 동틀 무렵까지 백사장에서 술을 마시는 피서객들로 백사장은 새벽이면 쓰레기 천지가 됐다.

그러나 올해 유독 피서객의 양심이 더 불량한 것은 아니다.

시는 올해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의 쓰레기 청소시간을 오전 5시부터 시작했다.

작년까지는 오전 2∼3시에 시작했다.

피서객이 술을 마시고 노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벽까지 백사장이 쓰레기장이 된 것이다.

또 모래 깊숙이까지 파헤치며 백사장 청소를 짧은 시간 내에 하는 트랙터를 닮은 대형 청소 장비인 비치클리너도 올해는 예산 문제로 운용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급기야 시는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지자 피서 절정기부터 청소시간을 2시간 앞당겨 새벽 3시부터 해변 백사장 청소를 동트기 전인 새벽 5시까지 끝내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밤새 많은 피서객이 백사장에 버린 각종 쓰레기를 치우고자 청소요원 54명이 투입, 새벽 3시부터 청소를 시작해 정오까지 계속한다.

낮에도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27명이 백사장 청소를 한다.

야간에는 청소요원 6명이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피서객이 가장 많이 찾는 중앙통로 인근의 해변 쓰레기통과 백사장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운다.

강릉시 관계자는 "피서객이 돌아갈 때는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마련된 쓰레기통이나 분리수거대에 버리거나 쓰레기를 한 곳에 정리만이라도 해 주면 깨끗한 해변을 많은 피서객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