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젊은 세대 주소비층 부상…명품보다 새로운 스타일 선호
갤러리아, 디자이너 편집숍 확대…롯데, 19개 신규 브랜드 유치
대기업은 패션 브랜드 정리
요하닉스·쟈니헤잇재즈 등 '패션 한류' 기대주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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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백화점 풍경
백화점들이 신진 디자이너에게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요하닉스, 유나 양, 이세 등은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뒤 국내에 들어온 브랜드다. 한국을 방문한 유커들도 백화점에 가면 이 브랜드를 찾는다.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이지만, 패션매장에서는 20%에 이른다. K패션의 장기고객이 될 젊은 유커들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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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Y세대를 겨냥하다
GDS 매장에서 만난 쑤쿤옌 씨(27)는 일부러 이 매장을 찾았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쿨하잖아요(It‘s cool)”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1980~1990년대생 젊은 층인 ‘Y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월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 Y세대는 구찌·루이비통 등 천편일률적인 명품보다는 새로운 스타일과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신진디자이너들이 K패션의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이미 해외에서 나타났다. 작년 뉴욕패션위크에서 국내 신진 디자이너의 패션쇼인 ‘콘셉트 코리아’가 열렸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평균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이 행사 때 매출을 올린 디자이너는 거의 없었다.
갤러리아뿐 아니라 롯데백화점도 신진 디자이너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소공동 본점 2층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인 스페이스5.1을 열었다. 아르케레브, 해 등 19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곳에 들어와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2012년부터 팝업스토어 방식으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위기의 패션업계, 새로운 기대주
신진 디자이너가 주목받는 것은 국내 패션업계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삼성물산, LF 등 대기업들은 브랜드를 정리하고 유통망을 축소하면서 몸집을 줄이고 있다. 국내 수요가 늘지 않고, 해외진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수요위축으로 토종 브랜드는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인수합병 시장에서 매물로 나오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펠틱스’ 운영업체인 드림호투는 회사를 팔기로 하고 주관사를 찾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고전하는 업체들이 ‘패션한류’를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