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입맛’(매수 종목)이 바뀌고 있다. 이달 들어 3조원어치 넘게 순매수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진 삼성물산 삼성전기 효성 등을 주로 사들였다. 매수 상위 종목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매도 종목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모두 LG화학, CJ CGV를 팔아치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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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삼성전자 연일 ‘러브콜’

외국인 투자자들은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98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지난 6일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사자’에 나선 외국인들은 1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순매수 금액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1668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산업별로 골고루 매수하진 않았다. 삼성전자 한 종목만 6342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2495억원) 엔씨소프트(1243억원) LG디스플레이(1232억원) 삼성SDI(660억원) 등 IT 관련주들을 1조원어치 넘게 사는 ‘편식’을 했다. 지난 2월 중순 코스피지수가 1830대로 내려앉은 이후 집중 매수에 나섰을 때는 현대자동차 LG화학 현대중공업 등 자동차와 화학업종을 골고루 담았지만 몇 달 만에 입맛이 완전히 변했다.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수출주, 그중에서도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IT 관련주들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에 갤럭시 노트7 조기 출시와 반도체 가격 안정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초 선호하던 삼성카드 삼성생명 KB금융 등 금융주 대신 지배구조 수혜주로 분류되는 삼성물산과 셀트리온을 각각 1010억원, 708억원어치 샀다. 최근 하락폭이 컸던 삼성전기 효성 등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887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기관은 외국인들이 사들인 삼성전자 3550억원어치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고려아연 등을 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배터리 난항 LG화학, 선호도 ‘뚝’

LG화학과 CJ CGV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모두로부터 외면받았다. LG화학은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 순매도 상위 2위(684억원), 6위(1018억원)에 올랐다. CJ CGV는 외국인·기관 순매도 각각 상위 10위를 기록했다. 매물이 쏟아지면서 LG화학 주가는 최근 석 달 새 21.61%, CJ CGV는 19.2% 내렸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매도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전기차 배터리 등 전지사업부에서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 분기보다 손실폭이 확대됐다. 증권업계는 3분기에도 전지사업부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규범조건 인증’을 받지 못하면서 앞으로 전기차 사업 향방도 ‘안갯속’이라는 평가다. 증권사들은 전기차 사업의 부진을 근거로 LG화학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KTB투자증권이 목표가를 32만원에서 27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도 목표가를 낮췄다.

CJ CGV는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에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가 CJ CGV의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내린 데 이어 삼성증권 동부증권도 이달 들어 목표가를 낮췄다.

최만수/김익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