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의 한국형 투자은행(종합금융투자사업자·IB)으로 발돋움한다.

신한금융지주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가 추진하는 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과 KB투자증권 등 증권업계 대형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라며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는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최소 자기자본 기준(3조원)을 맞추게 된다. 국내에서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등 6곳이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2조5200억원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위를 얻으면 기업 신용공여(대출)와 프라임브로커리지(헤지펀드 전담 중개·대출·상담)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자기자본 증가로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총자본) 규제로 제한된 파생상품 판매량을 늘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2~3년 동안 유상증자를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재무 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신한금융지주 측의 반대로 미뤄져왔다. 그러다가 지난 4월 금융업계 라이벌인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로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3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유상증자 논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자본 확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5000억원 증자를 한 뒤 9년 만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