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제화는 지난 1일 고급 수제화 ‘헤리티지 세븐S’를 내놨다. 가격은 49만9000원. 일반 구두의 두 배였다. 금강제화는 이 구두를 3500켤레만 준비했다. 안 팔리면 재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걱정과 달리 이 제품은 2주 만에 품절됐다. 금강제화가 분석한 결과 이 신발을 구입한 소비자 대부분은 30대 남성이었다.

금강제화가 헤리티지를 처음 내놓은 것은 1999년이다. 이후 판매량은 크게 늘지 않다가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잘 팔리고 있다. 2013년 4만8000켤레이던 헤리티지 판매량은 작년 6만2000켤레로 30%가량 증가했다.

금강제화 측은 “30~40대 남성들이 과거에 비해 자신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아졌다”며 “헤리티지 세븐S는 이런 소비자들이 많이 사갔다”고 말했다. 독일산 가죽창으로 제작해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번진 것도 판매를 늘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헤리티지 사례에서 보듯 남성 고급 수제화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체 제화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화시장 규모는 2005년 2조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이 중 남성 고급 수제화 시장 규모는 2005년 600억원에서 지난해 720억원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성 소비자들이 자신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면서 생긴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집은 못 살지라도 자신을 가꾸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쓰겠다는 30대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가격이 비싸도 질 좋은 상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