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989년 전(全)국민의료보험을 달성했다. 1977년 의료보험을 도입한지 불과 12년만이었다. 가장 빨랐던 일본도 36년이나 걸린 일이다. 제도도입 당시 국민소득은 1,000달러 미만으로 현재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는 의료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의료기술이 비약적으로 도약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행 원년에 2조원이 되지 않던 병의원 등에 대한 건강보험 의료비가 2015년에는 45조원을 넘었다. 이처럼 건강보험은 한국 사회보험의 가장 든든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단일보험자로서의 편리성, 보험혜택의 형평성,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수준이다. 국민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지표인 평균수명과 영아 사망률도 2013년 81.8세와 출생 1000명당 3.0명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5세와 4.1명을 앞질렀다. 국제사회가 우리 건강보험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이런 성공 때문인지 많은 국가가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52개국 500여명의 보건의료 관계자가 우리 건강보험을 배우고 돌아갔다. 2011년에는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에 건강보험제도를 수출했다. 베트남 정부는 우리 건강보험공단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2015년 1월에 건강보험법을 개정, 26년 전 한국이 이뤄낸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다. 2014년엔 오만 정부의 요청을 받아 오만에 적합한 사회보험 모델을 제시하고 제도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제안했다. 2010년부터는 필리핀, 멕시코, 수단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건강보험제도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모든 성과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외의료 진출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난 17일 한국과 몽골은 박근혜 대통령과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 간 원격의료 협력, 사회복지협력 MOU를 체결했다. 18일엔 건강보험공단이 몽골의 건강보험 관리·운영기관인 국가사회보험청과 건강보험제도의 발전 및 업무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두 나라의 건강보험제도 운용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몽골의 건강보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몽골은 한국의 해외유치 환자수 및 진료수입 6위국이다. 지난해엔 1만2000여명의 몽골환자가 한국에서 279억원의 진료비를 썼다. 몽골은 공적 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의료기반이 취약해 의료서비스의 질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몽골은 단기간에 비슷한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건강보험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나라 중 하나다. 보건의료 공무원들이 2004년부터 거의 매년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건강보험 국제연구과정에 참여할 정도다.

제도 수출은 관련 인프라 수출도 동반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몽골 순방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병원 건립과 의료기기 수출에 이어 한국 건강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보건의료 관련 정보기술(IT)과 시스템도 몽골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달성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로 나뉜다. 세계 보건의료 역사의 새 장을 쓰고 있는 한국의 건강보험은 인류의 보편적 의료보장 달성이라는 유엔의 목표에 기여하고 있으며, 산업 측면에서도 또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성상철 <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