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중견기업특별법이 오는 22일로 시행 2주년을 맞지만 중견기업은 여전히 판로, 차별, 제도 등 이른바 ‘3대 규제’에 발목을 잡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권이 기업인의 표를 얻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난 뒤 이와 관련한 일반법과 시행령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생색만 낸 정치권 탓에 중견기업들은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바뀐 것은 없다”고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청이 파악한 중견기업 규제는 70여개에 이른다. 중소기업을 키워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면 조세, 연구개발(R&D), 수출 지원 등의 혜택이 사라지고 공공조달시장 참여 등에서 새로운 규제에 직면한다.

국내 중견기업은 2979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제 기여도는 작지 않다. 중견기업은 지난해 89만명을 고용해 전체 고용의 7.3%를 담당했다. 중견기업의 총매출은 483조원이며 전체 법인세의 4분의 1을 냈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은 줄었지만 연매출 15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의 수출은 3.2% 증가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이끌고 대기업을 받쳐준다. 기업인들에겐 중소기업에서 성장해 대기업으로 진입하는 ‘희망의 사다리’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많은 중견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관련 규제를 풀어 전체 기업의 0.08%인 중견기업 수를 독일(0.57%)과 일본(0.5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54개 관계법령에 중견기업 개념조차 없는 데다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최저법인세율이 10%포인트 이상 급등한다”며 “성장 걸림돌을 치워주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