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니켈카드뮴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안전성 평가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안전성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기 위한 새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적 평가기관이 모두 안전하다고 평가한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올초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보조금을 끊은 뒤 한국 정부가 항의하자 새롭게 내세운 후속조치다. “새 기준을 만들어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주장이지만, 자국 업체들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일부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새로운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국무원에 보고했다.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평가 작업은 중국 정부가 올해 초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삼원계 방식에 쓰이는 양극재는 낮은 발화점 때문에 화재 위험이 커 버스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방식 배터리에는 보조금을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국에 수천억원을 들여 삼원계 배터리 공장을 완공한 LG화학과 삼성SDI는 당혹해 했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마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장관에게 “이른 시일 안에 보조금 지급을 재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마오 장관은 “안전성 평가 결과를 이르면 4월에 내놓겠다”고 답변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중국 정부가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줄 것을 기대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공업정보화부는 삼원계 배터리에 대한 새로운 안전성 기준 마련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이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중국 전기버스 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중국은 전기버스값의 최대 80%를 보조금으로 주고 있어서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버스는 약 40%를 차지한다.

문제는 새로운 안전성 기준 마련 작업이 언제 완료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새 안전성 기준 마련 작업을 차일피일 미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삼원계 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니켈·카드뮴·망간 등 세 가지 물질을 섞어서 양극재를 만들면 삼원계 배터리, 리튬인산철을 쓰면 LFP 배터리로 불린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높아 더 앞선 기술로 분류된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삼원계가 93%, LFP는 7%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남윤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