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스앤미디어·팅크웨어 등 VR 기술관련 주식도 주목
일본 증시서도 관련주 대거 급등

13일 한빛소프트는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29.96%)까지 치솟은 6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엠게임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드래곤플라이는 23.01% 급등했다. 포켓몬 고가 흥행 열풍을 일으키자 VR 게임업체들의 주가까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VR을 구현하는 영상·음향기술 업체 주식들도 크게 올랐다. VR 기기에 담는 주요 코덱 기술을 보유한 칩스앤미디어가 5.77%,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기술을 보유한 팅크웨어가 5.49% 상승했다. 3D 콘텐츠 제작사인 레드로버(7.42%) 이미지스(4.01%) 등도 급등했다.
닌텐도가 지난 6일 출시한 포켓몬 고는 스마트폰과 구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연결해 현실 속에 나타난 가상의 몬스터(괴물)를 잡는 게임이다. 출시 후 사흘 만에 미국과 호주의 iOS와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국내에서도 포켓몬 고의 열기가 뜨겁다. 강원 속초에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속초행 버스표가 매진되기도 했다.
도쿄 주식시장은 지난주부터 ‘포켓몬 열풍’에 휩싸였다. 닌텐도 주가는 포켓몬 고 서비스를 시작한 6일 이후 4거래일간 55% 뛰었다. 13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4.42% 하락했지만 게임 출시 이후 시가총액이 1조2000억엔(약 13조2000억원) 정도 늘었다.
닌텐도의 대주주인 교토은행을 비롯해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교육 시설을 보유한 사노야스HD, 포켓몬 캐릭터 영화와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자회사를 둔 이마지카로보 등도 급등했다. 포켓몬을 찾기 위해 외부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신발 깔창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포켓몬 고가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에 버금가는 증시 부양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 현상을 ‘포케모노믹스’라고 지칭했다.
◆국내 업체들은 개발 초기 단계
AR과 VR은 정보기술(IT)업계가 꼽는 유망 기술이지만 대중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닌텐도가 현재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만큼, 관련주들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AR과 VR 기술을 활용한 게임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증시에서 주목받고 있는 국내 AR·VR 관련주들이 주가에 걸맞은 가치를 지녔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VR과 관련한 신제품, 신기술이 쏟아져 나왔을 때도 관련주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금세 가라앉았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게임업체들 대부분은 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며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묻지마 식의 단기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이현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