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이 발행 보름 만에 6% 이상의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 효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두산건설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자 신주인수권과 채권 가격이 모두 높게 형성된 덕분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건설 신주인수권증서는 지난 8일 상장 직후 장당 10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신주인수권이란 미리 정해둔 가격(행사가액)으로 회사의 새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로 장내에서 사고팔 수 있다. 두산건설 BW 100만원어치를 배정받은 투자자는 신주인수권 219장(BW 액면금액÷행사가액 4550원)을 받았다. 이날 시초가에 모두 팔았다면 23만4330원의 현금을 쥘 수 있는 물량이다.

신주인수권과 따로 거래되는 채권은 BW 발행 당일인 지난달 24일 액면 1만원당 8300원(100만원 투자 시 83만원)에 거래를 시작해 최근 8500원대로 올랐다. 채권도 배정 즉시 팔았다면 신주인수권과 채권을 합친 매각대금은 106만4330원이다. 납입일(발행일) 이후 14일 동안 약 6.4%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한 증권사 주가연계증권 발행 담당자는 “투자자보호 관점에서 신주인수권 가격을 평가가격 대비 할인해 발행하기 때문에 신주인수권과 채권을 모두 단기에 매각하면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두산건설 BW 역시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24일 15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공모로 발행했다. 단기 차익을 노린 기관투자가가 몰리면서 22배인 약 3조3000억원이 청약에 몰렸다. 1000억원 넘는 규모로 청약에 참여한 기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 주가가 발행 직전까지 신주인수권 행사가액(4550원)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덕분이다. 지난 8일 두산건설 종가는 5430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보다 19.3% 높았다.

신주인수권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투자자는 앞으로 두산건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큰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부진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채권 보유자는 만기인 2019년 6월까지 보유 시 액면 1만원당 연 6%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이 최근 투자부적격 수준인 ‘BB+(안정적)’까지 떨어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