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IS 동영상 유포 단속 나서…총리 "실종자 모두 신고해달라"

국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유포한 동영상에서 방글라데시에 추가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협박한 대원들이 전직 방글라데시 고위 공무원·군인의 아들 등 모두 중산층 이상으로 밝혀졌다.

앞서 1∼2일 수도 다카의 외교가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인질 테러를 벌인 테러범들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3명이 여당 간부 아들, 명문 사립학교 재학생, 유학생 등 부유층 자제로 드러난 가운데 이번 동영상 속 IS 대원들도 사회 주류 계층으로 드러나면서 방글라데시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8일 BD뉴스24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시리아 락까에서 촬영했다며 IS가 배포한 동영상에 나타나 방글라데시에 또 테러를 벌이겠다고 한 남성 3명 중 1명은 내무부에서 근무하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을 지낸 고(故) 샤피우르 라흐만의 아들인 타흐미드 라흐만 샤피인 것으로 드러났다.

샤피는 수도 다카에 있는 노트르담 대학과 BRAC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방글라데시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그라민폰에서 일하다 2011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1995년 방글라데시 방송국의 아마추어 음악 경연대회에 출연해 톱10에 오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에 등장한 또다른 청년은 다카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 2년전 실종된 투샤르로 밝혀졌다.

투샤르의 아버지는 방글라데시군 소령 출신으로 전해졌다.

투샤르는 또 방글라데시 유명 모델 나일라 나이엠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 청년은 다카대학 경영학과를 다니다 그만둔 다우시프 호사인으로 파악됐다.

호사인은 방글라데시에서 금지된 극단주의 무장단체 자마툴무자헤딘방글라데시(JMB)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바 있으며 이후 가족들은 그를 오스트리아로 유학보냈지만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두는 지난 6일 IS가 배포한 동영상에 등장해 "방글라데시 정부가 알라의 법(샤리아)을 인간이 만든 법으로 바꿨고 무슬림을 공격하기 위해 조직한 서방의 '십자군'에 가담했다"고 비난하면서 "1일 벌어진 인질극은 일부에 불과하며 우리는 다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영상이 배포된 바로 다음날 다카에서 117㎞ 떨어진 키쇼레간지에서는 무장괴한들이 고등학교 앞 검문소에서 폭탄테러를 벌여 경찰관 2명 등 모두 4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이런 가운데에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테러범들이 IS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국내 자생테러조직과 관련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점차 자국내 테러와 IS의 고리를 차단하고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최근 유포된 동영상을 포함해 IS나 다른 테러범들을 지지하는 영상을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재배포하지 말라며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좋아요'를 눌러 이들 테러범의 주장에 지지를 나타내는 것 만으로도 엄격한 법적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부모들에게 대학생 자녀가 실종되면 빠짐 없이 사법당국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시나 총리는 학교 당국도 장기 결석한 학생들을 경찰에 통보하도록 했으며 실종자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에 앞서 방글라데시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범들 외에도 사라진 방글라데시 청년 150여명이 중동에서 IS 등 극단주의 단체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시나 총리는 "방글라데시는 테러리스트의 근거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간이 만든 법을 거부하고 샤리아법에 따를 것을 주장하는 테러범들에게 "그러면 왜 그 목적을 이루려고 인간이 만든 무기와 폭탄, 기술을 사용하느냐"고 반문했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