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급 이상 공무원의 인사를 범정부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다음달 1일로 도입 10주년을 맞는다. 민간 전문가 채용을 늘려 공직사회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경쟁과 성과를 중시하는 직무보상체계를 정착시켜 고위공무원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도입 목적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공단 시행 10년…공직사회 '바뀐게 뭐지?'
2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시행된 뒤 2675명이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기준으로 1505명이 고위공무원단에 속해 있다. 이 가운데 54.6%가 행정고시 등을 통해 선발된 5급 공채 출신이다. 남성이 96.0%로 압도적으로 많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06년부터 지난달까지 개방형 고위공무원 직위의 민간 임용률은 23.7%에 그쳤다.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가 지난해 7월 도입되면서 민간 임용률이 지난해 기준으로 34.1%까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이 인사처의 설명이다.개방형 직위에 민간 전문가 대신 고시 출신 내부 공무원이 임용되면서 ‘무늬만 개방형’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의 또 다른 목표인 부처 간 인사 교류도 흐지부지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3년간 다른 부처 및 기관으로 이동한 고위공무원은 9.5%에 불과하다. 고위공무원 한 명당 부처 간 평균 이동 횟수는 0.26회로 부처 간 이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마다 인사 적체가 심하다 보니 다른 부처에서 고위공무원이 오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범정부적으로 고위공무원 인사를 관리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도 무색해졌다. 고위공무원의 한 직위 평균 근무 기간은 12.3개월에 불과했다. 1년에 한 번꼴로 보직이 바뀐 셈이다. 2014년 11월 인사처 출범 직후부터 고위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잦은 순환보직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 성과 중심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매년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성과평가제를 도입했다. 평가는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등급으로 구분된다. ‘매우 미흡’ 평가를 두 차례 받은 고위공무원은 임용심사위원회를 거쳐 보직에서 퇴출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고위공무원 성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인원은 32명으로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그나마 보직에서 퇴출된 저성과 고위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 고위공무원단 제도

기존 1~3급 공무원계급 제도를 폐지하고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의 인사 및 승진을 인사혁신처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 부처 간 교류와 민간 전문가 채용 확대, 성과 중심의 연봉체계 등을 통한 고위공무원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06년 7월 도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