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액 중 13억은 도박자금…작년 수사 '부실' 논란

법조계 등에 전방위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14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법조계 등에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24일 정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와 위증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법인 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의 법인 자금 90억원 등 회삿돈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장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회계장부를 꾸며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대표는 2010년 12월께 자회사인 세계홀딩스 자금 35억원을 L호텔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자, 이 호텔이 변제 명목으로 제공한 호텔 2개층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넘겨받은 혐의도 있다.

L호텔은 정 전 대표 측의 브로커 이민희(56·구속기소)씨가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던 곳이다.

호텔 측에서 정 전 대표에게 전세권을 건넨 호텔 2개층은 유흥주점이 운영되던 공간이다.

전세권의 재산 가치는 세계홀딩스의 대여금 규모와 같은 35억원 수준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정 전 대표는 2011∼2013년 유흥주점 업체 측에 공간을 빌려주고 3억7천여만원의 임대료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임대료 수익은 개인범죄 관련된 부분이어서 환수·추징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정씨가 빼돌린 회삿돈 중 13억원이 해외 원정도박 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

나머지 금액은 개인 생활비와 가족들의 민사소송 비용 등에 지출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지난해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대표의 도박 자금 일부가 회삿돈에서 나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작년 원정도박 수사 결과를 놓고 '부실'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지난해 검찰은 정 전 대표의 도박 자금이 대부분 개인 돈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정 전 대표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이날 정 전 대표의 공소장에는 2012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의 재판에 출석해 허위 사실을 증언한 혐의도 담겼다.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전 대표는 올해 징역 8개월이 확정돼 지난 5일 출소 예정이었다.

하지만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지고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면서 지난 2일 구속됐다.

법원의 보석 결정이나 석방 판결이 내려지지 않으면 정 전 대표는 구속 상태를 유지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대표의 횡령·배임 등 혐의는 일단 기소하고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로커 이민희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김모(50)씨는 이날 중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감사원 감사 무마 및 관련 소송 청탁 등 명목으로 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서울고검 박모 검사도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를 포함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변호사들의 비위사실은 대한변협이 요구할 경우 징계통보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