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부산에서 차량이 안전방호벽을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이날 오전 2시까지 지인과 함께 술을 마신 뒤 귀가해 잠을 자고 출근하던 길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구출됐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치인 0.082%로 측정돼 불구속 입건 처리됐다.

이 운전자처럼 과음한 다음날 아침 운전대를 잡아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음주운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잠을 잤더라도 몸속에 남은 알코올 수치가 단속 기준에 해당하면 처벌 대상이다. 잠을 잔 뒤 술이 다 깼을 것이라고 생각해 운전을 하다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안전처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2014년 연평균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약 34만명이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14.4%, 4만9795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136명이 음주운전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한 셈이다. 이 중 아침 출근 시간대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0%에 달한다.

음주운전 단속이 야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침 음주운전 위험성에 대한 운전자의 경각심은 부족하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원장은 “음주 후 잠을 자고 나면 술이 다 깬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기분일 뿐”이라며 “몸속에서는 알코올이 아직 분해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음한 다음날 운전대를 잡는 것은 단순한 숙취운전이 아닌 명백한 음주운전”이라고 지적했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대부분 간에서 분해된 뒤 호흡이나 소변, 땀 등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시간은 성별이나 체질, 체격, 술의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위드마크(Widmark) 공식에 따르면 소주 한 병을 마신 몸무게 70㎏의 남성은 평균 4시간6분이 지나야 알코올이 모두 분해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속도가 더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60㎏인 여성이 소주 한 병을 마셨다면 6시간은 지나야 알코올이 분해된다.

전 원장은 “잠을 잘 때는 신체의 신진대사 활동이 감소해 깨어 있을 때보다 알코올 해독이 더 느리게 이뤄진다”며 “성인 남성이 소주 한 병을 마셨다면 최소 8시간 이상 숙면한 뒤 운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늦은 시간까지 과음한 뒤 아침에 운전을 하면 체내에 남은 알코올 때문에 판단력이나 주의력이 떨어진다”며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면 다음날 아침에는 대중교통이나 택시 등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