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 '님트' 확산…석탄공사 폐업·방폐장 선정 등 다음 정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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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정책 미루는 정부
폐업 유력하던 석탄공사, 노조 등 반발 '어정쩡 봉합'
경유가격 인상 방안은 2018년 재논의 하기로
군인연금 개혁도 지지부진
전문가 "정책 신뢰 하락"
폐업 유력하던 석탄공사, 노조 등 반발 '어정쩡 봉합'
경유가격 인상 방안은 2018년 재논의 하기로
군인연금 개혁도 지지부진
전문가 "정책 신뢰 하락"
정부가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이유로 미뤄뒀던 중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민감한 정책들은 시행 시기를 차기 또는 차차기 정부로 줄줄이 넘기고 있다.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미세먼지 대책, 면세점 주차장 설치문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대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이 심하거나 향후 선거에 불리한 영향이 예상되는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님트(NIMT: not in my term, 내 임기에는 하지 않으려는 것)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정권 말 추진된 공기업 개편
정부는 지난 14일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20개 세부대책 가운데 석탄공사 처리, 에너지공기업 상장, 해외자원 개발 등 핵심 과제는 사실상 다음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폐업이 유력했던 석탄공사는 노조와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봉합되면서 차기 정권에 논란의 불씨를 넘겨준 꼴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키로 한 에너지공기업 상장은 ‘민영화 논란’ ‘헐값 매각 논란’으로 다음 정부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해외자원 개발 기능조정도 마찬가지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핵심 자산 위주로 해외자원 개발을 구조조정하고 광물자원공사는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계획이지만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기한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을 못하겠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은 “공기업 기능조정 같은 민감한 이슈는 정권 초기에 해야지 정권 말기로 갈수록 실행하기 어렵다”며 “공기업 노조의 반발만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차기 정부까지 늦춰지기도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들은 노골적으로 다음 정부로 떠넘긴 사례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3주일여 만에 부랴부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민감한 정책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거론되던 경유값 인상 방안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과제로 넘겨 2018년 재논의하기로 했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문제도 경유값 논의와 함께하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나 경유차 운전자에게 큰 부담을 지울 정책들이어서 선거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문제는 아예 2028년까지 결정을 늦추기로 했다. 2028년은 차차기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장은 지질조사 등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부지 선정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내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외국인의 면세점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시내면세점 주차장 의무 설치도 2018년 1월부터 시행한다.
◆국정과제도 줄줄이 연기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정책들도 슬그머니 다음 정부로 미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말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군인연금 개혁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이 반발하자 이후 발표되는 ‘경제정책방향’에선 군인연금 개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도 2020년으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공무원들조차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다음 정부로 넘긴 면피성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자꾸 뒤로 미뤄지면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려 국가 경쟁력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상열/이태훈/심성미 기자 mustafa@hankyung.com
정부는 지난 14일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20개 세부대책 가운데 석탄공사 처리, 에너지공기업 상장, 해외자원 개발 등 핵심 과제는 사실상 다음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는 평가가 많다. 당초 폐업이 유력했던 석탄공사는 노조와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봉합되면서 차기 정권에 논란의 불씨를 넘겨준 꼴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키로 한 에너지공기업 상장은 ‘민영화 논란’ ‘헐값 매각 논란’으로 다음 정부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해외자원 개발 기능조정도 마찬가지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핵심 자산 위주로 해외자원 개발을 구조조정하고 광물자원공사는 단계적으로 철수한다는 계획이지만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기한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을 못하겠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은 “공기업 기능조정 같은 민감한 이슈는 정권 초기에 해야지 정권 말기로 갈수록 실행하기 어렵다”며 “공기업 노조의 반발만 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차기 정부까지 늦춰지기도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미세먼지 대책들은 노골적으로 다음 정부로 떠넘긴 사례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3주일여 만에 부랴부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민감한 정책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거론되던 경유값 인상 방안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과제로 넘겨 2018년 재논의하기로 했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문제도 경유값 논의와 함께하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나 경유차 운전자에게 큰 부담을 지울 정책들이어서 선거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문제는 아예 2028년까지 결정을 늦추기로 했다. 2028년은 차차기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장은 지질조사 등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부지 선정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내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외국인의 면세점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시내면세점 주차장 의무 설치도 2018년 1월부터 시행한다.
◆국정과제도 줄줄이 연기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정책들도 슬그머니 다음 정부로 미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말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군인연금 개혁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이 반발하자 이후 발표되는 ‘경제정책방향’에선 군인연금 개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도 2020년으로 시행 시기를 늦췄다. 공무원들조차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다음 정부로 넘긴 면피성 결정”이라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자꾸 뒤로 미뤄지면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려 국가 경쟁력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상열/이태훈/심성미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