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6일 오후 4시12분

“기회가 찾아왔는데 손발이 묶인 상황입니다.”

요즘 농협금융 계열사 임직원 사이에서는 이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이 조선, 해운업에 내준 부실 대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가운데 NH농협금융지주가 부실 기업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축소, 계열사 임원 임금 반납 등의 조치를 취한 데 따른 푸념이다.

NH투자증권에서는 투자 기회를 놓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조선 해운 등 부실 기업은 투자 위험이 크지만 일단 구조조정에 착수하면 투자은행(IB)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모펀드(PEF) 등을 통해 구조조정 기업이 내놓는 우량 사업 부문에 투자하거나, 인수금융 등을 통해 자금을 대는 식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은행은 익스포저가 커서 줄일 여지가 많지만 증권은 익스포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투자 경로만 막혔다”며 “IB의 특성을 무시한 조치”라고 말했다.

전 계열사 임원의 임금을 10% 삭감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계열사 임원들은 지난달부터 자진 반납 형태로 10%가 깎인 급여를 받고 있다.

한 계열사 임원은 “금융업의 성장 기반인 성과주의를 흔드는 것”이라며 “개인 성과나 회사 실적과 무관한 관계사 리스크(위험)까지 감당하게 하는 것은 업무 의욕을 떨어뜨리고 인재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