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문이 물에 떠 있다. 물 표면에는 문의 본래 모습이 비친다. 하늘엔 붉은 기운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이 독특한 장면은 사진가 윤형민의 ‘문(門)’ 시리즈의 하나다. 문은 통로다. 특히 한자 문화권에서 문은 서로 다른 세상을 잇는다는 뜻을 지닌다. 그리고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다.

사람은 이상향을 꿈꾼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결국 소멸하고 만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세계를 꿈꾼다. 작가는 물 위에 문을 설치한 뒤 사진으로 담았다. 영원한 생명의 세상으로 가고픈 소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트렁크갤러리 28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