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대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그룹 총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선 현행 5조원 기준이 유지된다.

앞으로 공기업은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대기업 지정에서 제외된다.

다음은 8일 사전브리핑을 한 공정거래위원회 신영선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 새로 상향한 기준을 어떻게 산출했나.

▲ 현행 5조원 기준은 2008년 도입됐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08년 대비 50% 늘어났는데, 이를 적용하면 당시 5조원은 현재 7조5천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으로 지정된 집단들의 자산합계 증가율(101.3%)을 적용하면 10조1천억원, 자산평균 증가율(144.6%)을 적용하면 12조2천억원이 나온다.

그 중간치인 10조원으로 정했다.

-- 기준이 바뀌면 세수가 줄지 않나.

기획재정부 우려는 없었나.

▲ 기재부가 세수 관련 우려를 표명한 적은 없다.

기준 변경 후 대기업 일부가 중견기업으로 내려오면 공제율 등이 올라가는 만큼 정부 세수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다.

하지만 이번에 지주회사 자산요건이 상향(1천억→5천억원)되기 때문에 지주회사 지위를 유지 못 하는 곳이 나올 수 있고, 이 경우 배당금 관련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세수 측면에서 영향이 거의 미미하다.

-- 3년 주기로 기준을 재검토하기로 했는데.
▲ 반드시 3년마다 기준을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 변화 등을 고려해 상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 3년마다 기준을 바꾸면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

▲ 아니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에는 (자산증감 여부와 상관없이) 상위 30위로 끊어서 대기업 집단을 지정할 때가 있었는데, 예측가능성이 떨어져서 (현행 제도로) 바꾼 것이다.

기업들 스스로 자산 규모에 대해서는 잘 안다.

-- '10조원 이상' 기준이 관련 규제에 모두 똑같이 적용되나.

▲ 대기업집단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되면 기존에 대기업으로 부르던 대상이어도 상호출자 제한 적용은 받지 않을 수 있다.

또 공기업은 규모와 무관하게 지정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5조원 이상 집단은 총수 사익편취 금지, 공시의무 등에 대한 규제를 계속 적용받는다.

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아도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규제를 계속 받는다.

-- 5조원 기준이 유지되는 사후 규제는 나중에 바뀔 가능성이 있나.

▲ 3년마다 재검토하는 것은 10조원으로 올리는 부분이다.

사익편취 등 규제하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기조이고, 공시의무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사후감시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 현행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공기업이 대기업 기준 적용에서 배제했는데 농협은 왜 안 뺐나.

▲ 농협은 계열사가 많다.

영리법인이고 사기업 측면도 강하다.

사료 등 여러 분야에서 사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다.

공기업은 출연·출자할 때 주무부처와 상호협의하게 되는데, 농협에는 이런 것도 없다.

공기업집단과 농협은 다르다.

--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이 바뀌면 이를 원용하는 다른 38개 법령에도 영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선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은 없나.

▲ 기준 상향에 따른 영향을 검토한 결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어민 등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출자총액제한 기준이 상향되면 여기서 지정이 제외되는 관계회사들은 중견기업의 관계회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견기업 관계회사는 정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중소기업 혜택 관련해서 (다른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 인터넷전문은행 관련한 논란은.
▲ 현행 은행법상 비금융사의 인터넷은행 의결권 지분은 4%로 제한된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비금융사 지분 한도를 50%까지 늘리도록 은행법이 개정돼도 대기업집단은 4% 이상 습득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기준이 10조원으로 상향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가 되는 데) 문제가 없다.

-- 의견 수렴도 없이 기준 변경이 촉박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있다.

▲ 지난 4월1일자로 새로운 대기업집단이 많이 지정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검토해 가닥을 잡고 10여개 부처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변경을 추진했다.

-- 불공정행위가 적발된 기업들이 9월부터 대기업 집단에서 빠지게 되면.
▲ 불공정행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과 관련 없다.

대기업집단 기준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게 취지다.

담합 등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

공정거래법으로 당연히 규제할 수 있다.

-- 개정 방안이 국회에서 백지화될 수도 있는데.
▲ 정부 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다.

카카오와 삼성을 일괄적용하는 게 바람직한지 지적이 있었다.

국회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겠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