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 무비] '굿바이싱글' 김혜수X김현수, 뒤통수 왜 때려요?
"미혼모라는 사회적 문제 다뤄 투자 과정부터 쉽지는 않았죠."

'굿바이싱글'로 첫 장편영화를 선보이는 김태곤 감독은 배우 김혜수의 말 대로였다. 그는 현장에서 카리스마를 내세우지 않으면서 유연하고 또 감독으로서의 소신이 있었다.

영화는 중학생 미혼모 단지(김현수)와 연하 남자친구의 배신, 폐경이라는 충격에 허덕이는 여배우 고주연(김혜수)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주연은 대한민국 대표 스타였지만 세월 앞에 무너지는 미모의 여배우다. 젊은 '여대생'과 바람이 난 배우 남자친구(곽시양)에 어퍼컷을 맞고 세상 유일한 내 편인 '아이'를 만들기 작전에 돌입한다. 단지(김현수)는 동급생과 뜻하지 않은 실수로 임신을 했다. 아이를 원하는 주연에게 단지는 '복덩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비밀스러운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굿바이싱글' 시사회에서 김태곤 감독은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고 있는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미성년자의 임신에 대한 소재이기에 투자 과정에서도 쉽지 않았다"라면서도 소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미혼모라는 사회적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톱스타와 극단에 서 있는 인물이 누굴까'라는 생각부터 했다. 고주연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극단에 있는 캐릭터가 함께하면 관객이 느끼는 감정과 심리의 진폭이 크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김태곤 감독은 '미성년자 미혼모' 소재에 대해 가볍게 그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극단의 두 캐릭터가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성장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고주연의 성장을 돕는 여중생, 그리고 여중생의 임신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자연스러운 유머로 표현해 재미와 의미까지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감독의 말에 김혜수가 힘을 실었다. "드라마 '시그널' 출연 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차이나타운'보다 먼저 출연을 결정했다. 이런 소재를 유쾌한 형태로 진정성을 다해 따뜻하게 담아내려는 의지를 봤다. 그 점에 크게 끌렸다."
영화 '굿바이싱글' 김혜수, 마동석, 김태곤 감독 /사진=최혁 기자
영화 '굿바이싱글' 김혜수, 마동석, 김태곤 감독 /사진=최혁 기자
김혜수는 미혼모 단지 역의 김현수에 대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김현수가 영화 촬영을 할 때 나이가 내가 데뷔했을 때와 같다. 후반으로 가면서 현수와 내가 닮아 보이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혜수는 김현수라는 '배우'를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아직 어리고,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놀라운 면이 많다. 단 한순간도 스스로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연기를 하지 않는다. 배우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우리 영화에서 단지의 감정과 표정에는 한 치의 거짓이 없다."

마동석은 영화 '살인자', '더 파이브'에 이어 김현수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전작들과 달리 시사회에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게 돼 좋다"라면서도 "지금도 훌륭하지만 더 훌륭한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태곤 감독은 "김현수는 500대 1의 오디션 끝에 출연하게 됐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촬영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아역처럼 연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 오디션 당시의 주문이었다. 현수의 캐릭터가 가장 실제감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단지가 무너지면 극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촬영 당시 현수가 우는 장면에서 '더 오열하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자기가 준비해 온 감정이 아니라 잘 못 울더라. 그런데 편집실에서 보니 현수의 연기가 맞았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너는 훌륭한 배우다. 네가 옳았다'라고."
'굿바이싱글' 포스터/영화인 제공
'굿바이싱글' 포스터/영화인 제공
'굿바이싱글'은 고주연과 단지의 감정선을 교대로 따르게 한다. 김혜수는 배우 경력 30년 동안 맡은 역할 중 가장 철딱서니 없는 캐릭터로 '웃음'을 잡는다. 반면 올해 열여섯이 된 김현수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조금은 어울리게 됐다. 설득 가능한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작품에는 한계와 아쉬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곳곳에 배치된 극적 장치에는 감동을 자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코미디 하는 김혜수, 김현수라는 신예의 조합은 기대를 않던 관객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성장 드라마에서 뻔하게 등장했던 클리셰도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보완하고 있다. 코미디라는 이름의 가벼운 돌덩이 하나가 가슴을 쳤다. 예상외로 묵직하다.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출연.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오는 29일 개봉 예정.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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