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부산과 대구·경북(TK)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주요 국책사업을 표 계산에 따른 정쟁거리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탈락할 경우 불복운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여야, 계파를 넘어 지역끼리 뭉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부산 가덕도를 찾아 ‘가덕 신공항’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부산시민은 입지 선정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되고 있느냐에 대해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방적으로 평가 절차가 이뤄진다면 부산시민은 그 결과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용역 결과 불복 움직임에 동조했다. 더민주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영춘 의원은 ‘가덕 신공항유치 비상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지난 8일 지역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부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완전한 지지 철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에 실패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을 지지하고 있는 TK 의원들은 반박에 나섰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장이 ‘불복’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며 “신공항 입지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결정할 일이지,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부산 정치권이 영남권 5개 자치단체의 합의를 무시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신공항 입지로 가덕도가 열세라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동지인 김영춘 의원과 맞서는 모양새다.

두 지역이 신공항 선정을 놓고 맞서는 것은 내년 대선 유불리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부산과 대구가 유치 경쟁을 벌인 삼성자동차 공장 부지를 부산으로 결정했다. 2년 뒤 총선에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대구에서 13개 지역구 가운데 2곳에서만 승리했다.

지난 4월 총선 결과도 신공항을 정치 쟁점화시킨 한 요인이다. 새누리당은 텃밭으로 여기고 있는 부산에서 더민주에 5곳을 내줬다. 정치권에선 가덕도가 탈락하면 야당이 대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민심이 문 전 대표나 역시 이 지역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 쏠릴 수 있어서다. 야당이 뒤늦게 신공항 싸움에 뛰어든 것은 이런 정치적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