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원(院) 구성 지연 시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김종석·최운열 두 여야 초선의원은 규제를 양산하는 의원입법에 대한 심사기구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불체포 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금지, 의원 무노동무임금 등의 입법안들은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낮잠만 자다 자동폐기됐다. 20대 국회라고 다를 것 같지 않다. 또한 세비 반납 주장이 “유치하다”(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발언은 의원들의 본심에 가깝다. 다선(多選) 순으로 군기 잡는 정치판에서 초선들이 아무리 신선한 제안을 낸들 실현될지 의문이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국민은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른다. 최고회의랍시고 아침마다 빙 둘러앉아 별 주제도 없이 사진 찍고, 정치 가십이나 만들어내는 게 정당들의 풍경이다. 모호한 발언과 막말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 정치인 줄 안다. 어쩌다 내놓는 정책은 포퓰리즘 일색이요, 무소불위 의원입법으로 불량 규제를 쏟아내도 누구의 검증도, 견제도 안 받는다. 세비부터 국회 예산까지 다 자기들이 정한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란 말이 과장도 아니다.
후진성에다 ‘무능·불임·비효율’까지 더했으니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었다. 지금 행태를 봐선 20대 국회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상시청문회 같은 국회 권력 확장에는 귀신같이 뭉치면서 특권 내려놓기는 처음부터 나 몰라라다. 총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 모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