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수 새누리당 민생특위 위원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 정 원내대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이명수 새누리당 민생특위 위원장, 윤성규 환경부 장관, 정 원내대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환경부는 경유차 수요를 줄이는 핵심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이라는 카드를 들고 2일 새누리당을 찾았다. 당정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는 다급함이 앞섰다. 하지만 여당은 ‘퇴짜’를 놨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정책은 제외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시간에 쫓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5일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보고하라는 청와대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허둥대는 정부는 3일 오전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어 오후에 환경부 장관이 대표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새누리 “경유값 인상 반대”

[갈수록 꼬이는 미세먼지 대책] '경유값 인상' 퇴짜 맞고 설익은 대책만 내놓는 정부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세먼지 대책 당정협의’에서 경유값 인상과 직화구이집 규제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경유값 인상, 고등어·삼겹살 직화구이 규제 등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늘리거나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또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지적되고 있는 건설기계와 자동차 등의 디젤엔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바꾸고 일정 연한이 지난 노후 화력발전소는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 공사장 등에서 배출되는 비산먼지 대책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당정은 미세먼지 오염원 저감 사업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 대기오염 현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도시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의장은 “각 부처의 입장이 서로 다른 게 언론에 비쳐 굉장히 혼선을 줬다”며 “이날 이후 정부는 종합대책을 제시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고 당에서 촉구하는 방안은 100% 반영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급해진 정부

여당이 경유값 인상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보이자 정부는 당황하는 눈치다. 환경부와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당초 경유세를 올리는 대신 경유값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방향으로 경유값 인상 방안에 합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여당이 반대하고 나서 경유값 인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어찌 됐건 향후 정부 정책은 경유차 감축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이전 생산된 유로3 경유차 중 배출가스저감장치(DPF)를 부착하지 않은 노후 경유차는 내년부터 서울 지역을 운행할 수 없다. 2018년부터는 인천 진입도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20만~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유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유예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유차도 미세먼지 오염원 중 하나기 때문에 경유차 운행 억제 방안도 종합대책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이 요구한 대책은 대부분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포함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가동한 지 4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국토교통부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포함하기로 했다. 버스업체에 경유 버스를 CNG 버스로 전환할 동기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차량 부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심성미/유승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