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로스쿨의 캐스 R 선스타인 교수는 이를 ‘집단 극단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이것이 사회의 극단주의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하나는 소수의 믿음과 관점이 다수의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산되는 ‘사회적 폭포 현상’이다. 자신이 아는 정보를 근거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휩쓸려서 예단하는 것이다.
여기에 ‘카더라 통신’까지 겹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는 도구 중 하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선스타인 교수는 “인터넷 토론방이 극단주의자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더욱 극단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많다. 남녀 간의 미러링(mirror-ing·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거울에 비추듯 대칭시켜 반응하는 것)도 심각하다. 한쪽에서 ‘김치녀’라고 욕하면 한쪽에선 ‘한남충’(한국 남자+벌레 충)이라고 역공한다. 이는 극단적인 여성혐오·남성혐오로 이어진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삼고 뭐든 사회나 국가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단계까지 치닫는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둘러싼 최근의 공방도 비슷하다.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 “이건 여성혐오 살인이다.” “너희들은 거꾸로 남성혐오를 하고 있다.” “구의역 참사는 사회적 타살이다.” “구의역에 포스트잇 붙이려는데 왜 금지하나.”… 슬픔을 추모하는 게 아니라 망자 앞에서 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때로는 이슈를 따라 옮겨다니며 논쟁을 만들고 주연과 조연을 번갈아 맡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연출은 자극적이어서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격하게 나타난다. ‘신명’과 ‘끼’가 많은 우리가 어쩌다 ‘집단 극단화’와 ‘사회적 폭포’에 휩쓸려 허우적거리게 됐을까. “사회 전체가 말초신경 이상비대증에 걸린 것 같다”는 사회학자의 지적에 스스로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