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해외에서 떠도는 젊은 과학자들
'두뇌 유출' 61개국 중 18위
한국인 박사급 500여명,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러
대학 등 갈 만한 곳 적고 자유로운 연구 못해 부담
자녀교육 문제 등도 '발목'

김 연구위원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 가운데 상당수는 자리가 없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전신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낸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국내로 돌아온 박사 가운데 상당수는 정보기술(IT)이나 기계공학 분야 전공”이라며 “한국은 지식기반산업이 없어 신약 개발, 소프트웨어 같은 혁신 분야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美 박사 10명 중 6명 귀국 의사 없어

해외로 공부하러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이공계 인재가 많은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미국과학재단(NSF)이 발행한 과학기술지표에 따르면 2013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가운데 59.1%는 학위를 받은 뒤에도 미국에 계속 머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에 따르면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만 300~500명, 명문대가 모인 보스턴 주변에도 500여명의 한국 인재가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리턴(no return) 현상의 표면적인 이유로 교수 선호 성향을 꼽는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에서 학부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대개 박사후연구원을 마친 인재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교수가 되길 희망한다”며 “한국엔 교수 자리가 많지 않지만 미국에는 교수 자리 외에도 다국적 회사나 거대 연구소 등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회가 많다”고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 연구 풍토가 획일적이고 개성을 존중하지 않아 해외 경험을 한 젊은 인재와 맞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획일적 연구 풍토도 걸림돌
자녀 교육 문제도 고급 두뇌의 귀국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러야 하는 등 삶의 질이 떨어지는 한국으로 들어오길 원치 않는 배우자와 자녀의 입김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래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제3차 과학기술 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확정,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재를 2015년 180만명에서 2020년 220만명으로 40만명 더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세계 톱 1% 과학자 300명을 유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133명을 영입했다. 출연연의 한 연구원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연구자 상당수가 노후를 불안해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연금제도 등 노후까지 생각하는 복지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