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개혁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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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가 마침내 끝난다. 이달 29일까지 임기지만 19일 본회의가 마지막 일정이다. 1만개 넘는 법안들이 자동 폐기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노동개혁 4법, 경제활성화법도 포함돼 있다. 여당과 야당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필요한 법안들을 재상정하겠다고 말하지만 별로 달라질 것도 기대할 것도 없어 보인다.
거대 야권 탄생 이후 협치(協治)가 화두다. 여당도 야당도 말을 꺼냈다 하면 협치다. 물론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만나 얘기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다. 협치는 국정 책임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과연 이게 가능할지부터가 문제다.
협치? 국정 책임도 공유하나
야권은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를 공격해 예상 밖 대승을 거뒀다. 정부와 여당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말의 성찬이었던 어정쩡한 개혁부터가 그렇다. 전통 지지계층까지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렇더라도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분명 야당에도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워 번번이 법안을 틀어막고 국정의 발목을 잡지 않았던가.
더구나 3당6색이다. 당마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통일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이 당과 저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이 무엇이고 뭐가 다른지 모른다. 당명만 다를 뿐 정체성이 분간되지 않는다. 상당수 의원들은 다른 당으로 옮겨도 이상할 게 없는 정도다. 이래 갖고 내년 대선이든 내후년 지방선거이든 국민이 무엇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정치 구도, 정당 구조에선 협치는 3당 간 주고받기식 거래 내지 정체불명의 타협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국정의 혼선이다. 이런 식의 협치라면 권력을 나눠 갖자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연정, 내각제 개헌으로 가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대한 국회 권력을 더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개별 의원 한 명 한 명의 권력까지 더 키울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선 개혁도 협치로 할 것이라고 한다. 벌써 개혁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기득층과의 협의를 전제로 하는 개혁은 기득권을 없애지 못한다. 이런 방식의 개혁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노사정위원회의 파탄으로 입증됐다.
권력게임에 개혁 떠밀려가
2003년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는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의 지지 속에서 노동개혁인 하르츠개혁을 포함한 ‘아젠다 2010’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다가 2005년 선거에서 정권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개혁이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자라면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슈뢰더에게 승리해 총리에 오른 기민당의 메르켈은 사민당과 연정했고 개혁 작업도 승계했다. 그렇게 해서 독일은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강자’로 부활했다.
개혁이 시급한 것은 지금 같은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미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독일에서 보듯 개혁은 선택이 아니다. 정권 이상의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그렇지만 총선 이후 개혁이란 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자는 파워게임만 벌어지고 있다. 개혁은 이대로 좌초하는 것인가.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거대 야권 탄생 이후 협치(協治)가 화두다. 여당도 야당도 말을 꺼냈다 하면 협치다. 물론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만나 얘기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다. 협치는 국정 책임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과연 이게 가능할지부터가 문제다.
협치? 국정 책임도 공유하나
야권은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패를 공격해 예상 밖 대승을 거뒀다. 정부와 여당이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 말의 성찬이었던 어정쩡한 개혁부터가 그렇다. 전통 지지계층까지 등을 돌리고 말았다. 그렇더라도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분명 야당에도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워 번번이 법안을 틀어막고 국정의 발목을 잡지 않았던가.
더구나 3당6색이다. 당마다 내부적으로 의견을 통일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이 당과 저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이 무엇이고 뭐가 다른지 모른다. 당명만 다를 뿐 정체성이 분간되지 않는다. 상당수 의원들은 다른 당으로 옮겨도 이상할 게 없는 정도다. 이래 갖고 내년 대선이든 내후년 지방선거이든 국민이 무엇을 갖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정치 구도, 정당 구조에선 협치는 3당 간 주고받기식 거래 내지 정체불명의 타협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자칫하면 국정의 혼선이다. 이런 식의 협치라면 권력을 나눠 갖자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연정, 내각제 개헌으로 가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대한 국회 권력을 더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개별 의원 한 명 한 명의 권력까지 더 키울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선 개혁도 협치로 할 것이라고 한다. 벌써 개혁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기득층과의 협의를 전제로 하는 개혁은 기득권을 없애지 못한다. 이런 방식의 개혁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노사정위원회의 파탄으로 입증됐다.
권력게임에 개혁 떠밀려가
2003년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는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의 지지 속에서 노동개혁인 하르츠개혁을 포함한 ‘아젠다 2010’을 정부 주도로 추진하다가 2005년 선거에서 정권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개혁이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자라면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슈뢰더에게 승리해 총리에 오른 기민당의 메르켈은 사민당과 연정했고 개혁 작업도 승계했다. 그렇게 해서 독일은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의 강자’로 부활했다.
개혁이 시급한 것은 지금 같은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미 한국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독일에서 보듯 개혁은 선택이 아니다. 정권 이상의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그렇지만 총선 이후 개혁이란 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자는 파워게임만 벌어지고 있다. 개혁은 이대로 좌초하는 것인가.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