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1억원을 웃도는 수입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고가 차량을 업무용(법인·개인사업자 명의)으로 등록해 세금을 탈루하는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결과다.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7만3844대로 전년보다 4.3% 감소했다. 개인이 산 차량은 4만772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지만, 업무용 차량(2만6118대)이 18.9% 줄었기 때문이다.

업무용 차량 감소는 고가 수입차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억원이 넘는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33.5% 줄어든 4426대에 그쳤다.

브랜드별로는 차량 가격이 대당 2억원을 훌쩍 넘는 벤틀리의 업무용 판매량은 전년보다 42.1% 줄면서 81대에 그쳤다. 아우디, BMW,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업무용 판매량도 각각 전년보다 30.9%, 26.8%, 18.1% 감소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업무용 차량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수리비용과 부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유지비가 덜 드는 국산차를 업무용으로 구매하는 기업은 크게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 EQ900의 올해(1~4월) 업무용 판매는 전년보다 263.7% 늘어난 7562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EQ900이 고가 수입차와 비교해 성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며 “기업들이 업무용 차량을 수입차에서 EQ900 등 국산 고급차로 바꾸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