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등대로 - 이경교(1958~ )
등대는 별의 출입문 바다로 띄우는 초대장, 나는 네 기별만 기다리다가 청춘을 다 보내고 말았으니

어둠 속으로 편지를 보내거나 해변의 낡은 우체통처럼 아직도 너는 서 있지만, 내가 받은 건 장밋빛 엽서가 아니라, 시퍼렇게 드러누운 늪, 한때 사랑했던 푸른 뻘이거나

너를 지나면 낯선 항구, 저기 처음 보는 여자가 있다

나의 고해소

시집 《목련을 읽는 순서》(시인동네) 中


세상의 모든 것엔 빛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삶의 등대를 얻는 일은 쉽지가 않다. 세상에 베이고 상처 입은 일 많을 때, 우리는 고해하고 싶어한다. 시인은 고해하는 마음으로 등대가 별의 출입문이고, 바다로 띄우는 초대장이라고 쓴다. 《등대로》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도 떠오르지만 그것보다 무수히 많은 사랑 고백들 아니 떠오를 수 없겠다. 그 사랑의 실패들이 우리에게 포용과 관용을 등대 불빛처럼 일러주지 않았던가. 비긋는 아침, 그대의 고해소는 어디에 있는가?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