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은 일반 점으로 분류. 3번은 검버섯의 한 종류로 레이저로 제거해도 되지만 2,4,5,6번은 피부암에 해당한다. 대한피부과학회
1번은 일반 점으로 분류. 3번은 검버섯의 한 종류로 레이저로 제거해도 되지만 2,4,5,6번은 피부암에 해당한다. 대한피부과학회
성인 2명 중 1명이 받을 정도로 피부 레이저 시술이 보편화됐지만 국민들의 인식 수준은 높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사가 아니라 비전문가에게 레이저 시술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피부암인데 레이저 시술만 받고 방치하다 수술 받은 환자도 있었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전국 6대 광역시에 사는 20~5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체 응답자의 49.8%가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고 답했다. 레이저 치료가 보편화하면서 부작용을 겪은 사람도 많았다. 피부레이저 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의 5.4%는 부작용 때문에 후속 치료를 받았고 이를 위해 1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 피부레이저 시술을 받은 사람의 11%는 부작용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잘못된 피부레이저 치료 때문에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흉터 지우려다 상처만 남긴 '피부레이저'
이처럼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이 적지 않지만 시술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았다. 응답자 4.17%는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피부레이저 시술을 받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시술 후 부작용을 겪은 사람조차 4명 중 1명은 부작용 치료를 위해 피부과가 아니라 다른 곳을 찾았다.

최지호 대한피부과학회장(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은 “피부에 생긴 문제는 의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춘 전문가에게 정확히 진단 받아야 한다”며 “의료행위인 피부레이저 치료는 전문적이고 숙련된 피부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잘못된 피부 레이저 사용으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해 이번 조사를 했다. 2011~2015년 전국 주요 8개 종합병원을 찾은 피부레이저 부작용 치료사례 69건도 분석했다. 부작용 사례의 87%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에게 레이저 시술을 받은 환자였다. 색소변화, 흉터, 화상, 피부암이나 종양의 오진 등이 많았다.

한 환자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에게 점을 제거하는 레이저 치료를 받은 뒤 몇 년 후 점이 아니라 피부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뒤늦게 수술을 받기도 했다. 부작용 치료사례 3건 중 1건 정도는 피부암을 점이나 사마귀인 줄 알고 레이저 치료만 한 환자였다.

이미우 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레이저 시술을 함부로 받으면 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의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함께 ‘피부치료에 사용하는 의료용 레이저 안전사용 안내서’를 제작해 전국 피부과 병·의원과 보건소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뇨병, 국소마취 등에 의한 알레르기, 광과민성 피부, 헤르페스 등 피부질환 병력이 있을 경우 시술 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시술 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또 시술 부위를 찜질방이나 사우나 등 강한 열에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

정찬우 대한피부과의사회 기획정책이사(JF피부과의원 원장)는 “레이저 시술을 받은 뒤 심한 통증이나 가려움이 나타나는 등 예상치 못한 증상이 발생하면 방치하지 말고 치료받은 병·의원에 즉시 연락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