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농업, 초록의 행복
아파트 베란다에 채소를 기르고, 주말농장에서 여가를 보내던 정도의 도시농업이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넘어 공공기관, 지역사회, 학교, 기업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도시농업이 오래전부터 발전해왔다. 쿠바에는 8000여개를 헤아리는 도시농장이 수도 아바나를 더욱 푸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시카고의 도시농장이나 스페인의 아파트 텃밭 같은 사례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도시농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은 백악관에 초대한 손님에게 직접 기른 채소로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도시농업 활동을 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도시농업 참여자는 5년 전보다 여덟 배 늘어난 13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옥상에서 벌을 치고, 국회에도 ‘국회텃밭’ 모임이 있다. 운동장에 고무 함지를 이용해 벼를 키우는 학교도 있다.

베란다나 거실에서 화초나 채소를 재배하는 것은 애완동물이나 애완곤충을 키우는 것과 같은 심신 치유 효과를 가져다준다. 텃밭을 가꾸는 학교에서는 학생 사이의 갈등과 폭력 감소를 경험하고 있으며, 생명 존중, 먹거리와 식습관의 중요성 등을 자연스레 배우는 등 교육 효과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농업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공사장은 가림막을 패널로 하는 대신 작은 화분들을 옆으로 꽂아 다양한 그림과 무늬를 만드는 화분대를 설치한다. 이럴 경우 화분, 모종, 화분 거치대 등 많은 자재가 사용돼 관련 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시농업의 공동체 복원 효과도 강조하고 싶다. 도시농업은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에서 오는 갈등과 고립의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얼마 안 되는 자투리땅의 쓰레기를 치우고 이웃이 함께 채소와 꽃을 가꾸다 보면 자연스레 공동체가 복원되더라는 얘기도 많다.

신록의 계절이다. 같은 장소라도 삭막한 겨울에 비해 지금 펼쳐지고 있는 초록의 풍경이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생각해보면 주변을 푸르게 만들 도시농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낄 것이다. 건물 옥상, 베란다, 거실, 공사장 가림막, 버려진 자투리땅 할 것 없이 어디든 초록의 빛을 입혀 행복을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

최세균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