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위기대응과 변화관리 리더십
개인이나 기업이나 종종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난관에 봉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을 먹고사는 ‘위기’는 항상 예고 없이 찾아와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교란시키며 불신의 벽을 타고 조직에 스며드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지금의 금융산업이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잠재성장률 하락과 더불어 금리 수준이 기조적으로 떨어지는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산업은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에 근간을 두고 있어 저금리 환경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성장·저금리 환경 아래 가계의 저축 및 소비패턴, 기업의 자금조달 및 운용 방식, 산업구조 등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은행사업의 본질적 수익창출력이 잠식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영업점을 줄여 비용 효율성을 제고하거나 고성장·고금리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사전적 위기대응과 사후적 변화관리가 이미 경쟁력을 가늠하는 경쟁우위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필자가 오랜 공직생활과 경영 현장에서 터득한 선험적 지혜가 있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기는 오직 변화를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일 것이다. 리더의 역할은 현실의 위기와 기회를 정확히 진단하고 조직의 변화 방향과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필자는 평소 변화관리 리더십의 핵심 요소로 소통, 현장, 스피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임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위기와 대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현장’을 변화의 물꼬를 트는 채널로 활용하고, ‘스피디한 경영’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아야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임직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변화로 파생되는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일은 순전히 리더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오래전에 직장인들은 ‘궁예형’ 팀장보다 ‘왕건형’ 팀장을 선호한다는 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소통’과 ‘다름’에 대한 담론일 것이다. 궁예형이든 왕건형이든 필자는 협동조합금융에 희망이 있음을 믿고, 기본기가 튼튼하고 위기에 강한 혁신 DNA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김용환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yong1148@nonghyu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