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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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일 “19대 국회는 낮에는 싸움만 하고 밤에는 싸울 것을 준비하면서 허송세월을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88년 13대 국회의 4당 체제에서 법안 통과율이 90%를 넘는 등 생산성이 가장 높았다”며 “3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유념해 ‘캐스팅보트’가 아니라 선도 정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3당 원내사령탑이 확정되면서 ‘정치 8.5단’으로 불리는 박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정을 놓고 ‘흥정’을 할 것이란 의혹에 대해 “그런 구태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2개로 쪼개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자마자 환경노동위원회도 분리하자고 역제안했다. 18개인 국회 상임위원회가 20개로 증가하면 국민의당 ‘몫’이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20대 국회가 성과를 내기 위해 양당 원내대표에게 제안할 게 있다면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탁상을 치면서 법률 통과를 지시하고 새누리당이 ‘청와대 하수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더민주도 당리당략적이고 특정인의 대권 가도만 생각하는 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배정 등을 놓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장 자리를 놓고 1, 2당과 흥정하면서 3~4개 상임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해 들었다. 그런 것은 하지 않겠다. 국민의당이 집권하면 그런 정치 할 거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의석수 원칙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정받아야 한다. 여기저기 붙어 3~4석 위원장직을 흥정하는 것은 구태정치다.”

▷노동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 등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견해를 말해달라.

“여당이 일방적으로 대통령 지시에 따라 밀어붙이니까 안 됐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협상하고 토론하면 안 될 것이 없다.”

▷박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만 탓할 것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박 대통령은 최악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망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지난 3년 총체적 실패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회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 그럼 아낌없이 협력하겠다.”

▷이란 방문에서 50조원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냈다.

“큰 성과를 냈다면 좋은 일이다. 후속 조치가 잘될지 지켜볼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에 비춰 ‘레임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결을 꼽자면.

“임기 말 레임덕은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임기 말로 갈수록 개각을 하더라도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정리 차원에서 했다. 욕심을 버리고 그동안 미진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에 실적을 쌓으려고 하다가 국민에게 피해만 안겼다. 하려면 집권 초에 해야지 왜 후반에 하느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뭘 하겠나. 박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통합해야 하나.

“난 통합론자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무조건적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적 반대가 있었다. ‘제3당론’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옳았다.”

▷유력 대선 후보인 안 대표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를 평가해달라.

“지난 총선에서 안 대표의 ‘대안정당론’이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안 대표는 총선 승리 후 당권에 연연하지 않고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 잠재적 대선주자를 끌어모아 경선을 통해 대권 후보를 뽑겠다고 공언했다. 문 전 대표와 다른 점이다. 문 전 대표는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먹으려 하다 분당 사태가 생긴 것 아니냐.”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 전 대표를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표현했다.

“이번 총선에서 ‘노다지’를 캔 사람은 문 전 대표다. 김 대표를 영입해 ‘친노(친노무현)’계 성가신 사람을 제거하고 정세균계를 다 잘랐다. 일등공신인 김 대표가 너무 나가니까 ‘추대론’으로 견제하고 물을 먹인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쉽게 당할 사람은 아니다. 8월 말 이후로 연기했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볼 때 전대 연기는 친문(친문재인)그룹이 김 대표에게 경고장을 주면서 ‘산소호흡기’를 댄 것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로선 그 호흡기를 떼기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둘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를 빼면 국민의당에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있고, 박지원도 있다. 손 전 고문도 우리 당에 오면 당장 대권 후보다.”

▷박 대통령에게 경제인 사면 등을 건의할 생각인가.

“아직 그런 것을 논의하지 않고 있는데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검토하겠다. 지난해에도 내가 가장 먼저 경제인 사면을 얘기했다.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문제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거 때마다 이념과 동서로 갈라져 싸움만 하고 있다. 올해 총선, 내년 대선 다음에 지방선거가 있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매번 정치 싸움으로 국력을 낭비한다. 4년 중임제로 하든 지역차별 해소 차원에서 정·부통령 분권형으로 가든 개헌을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DJ도 개헌을 반대했다. 개헌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헌은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이 반대하고 집권 말기에는 각 당 대통령 후보가 반대해서 안 되는 것이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전제조건이 내각제 개헌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었다. 기념관은 세웠지만 개헌은 외환위기 때문에 못했다. 하지만 DJ도 마지막 자서전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 평생 DJ와 싸워서 하나 이긴 것이 개헌 문제다.”

손성태/임현우 기자 mrhand@hankyung.com